‘알릴레오 후폭풍’…사회부장 보직 사퇴, KBS기자들 강력 반발

국민일보

‘알릴레오 후폭풍’…사회부장 보직 사퇴, KBS기자들 강력 반발

“회사 명예 심각하게 훼손한 사람과 사전 상의를 하거나 조치 내용 미리 알려줬느냐”

입력 2019-10-10 14:31 수정 2019-10-10 16:59
[KBS 뉴스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방송에 대한 KBS 수뇌부 결정에 소속 기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결정에 KBS 사회부장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법조팀 기자들도 잇따라 성명을 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은 지난달 10일 KBS와 인터뷰를 했다. 이후 그는 유시민 이사장과 만나 별도의 인터뷰를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김 차장과 KBS의 인터뷰 사실을 공개하며 KBS기자들이 이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KBS기자들이 이 인터뷰를 의도적으로 방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BS 측은 김 차장 인터뷰를 한 다음날 이를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유 이사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은 의혹이 확산되자 9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결정에 대해 일선 기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다음 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영진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성재호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인터뷰 전문과 자신의 입장을 올리며 보직 사퇴 의사를 표했다. 성 부장은 김 차장 인터뷰를 진행한 법조팀을 총괄하고 있다.

성 부장은 “지금은 많은 사실관계가 더 드러났지만 당시 조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인터뷰 과정에서 부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거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성 부장은 인터뷰를 검찰에 기자들이 유출했다는 유시민 이사장 주장에 대해 “자산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차장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다”고 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법조팀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법조팀 소속 한 기자는 “김 차장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리포트 원고를 작성했는데 ‘9시 뉴스에서 빠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다음날인 11일 방송됐다. (왜 빠졌는지) 그 이유는 저희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당일 보도를 하려고 했으나 알수 없는 이유로 보도가 하루 연기됐다는 설명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KBS가 인터뷰를 하고도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에 흘렸다는 유시민 이사장 주장도 반박했다. 해당 기자는 “김 차장은 기자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내용을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며 “피의자이자 사건 일방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이라 배웠다”고 했다. 이어 “이를 우리가 확인 없이 그대로 쓸 경우 방어권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확인해야겠다고 봤다”며 “검찰에 두 가지 내용을 확인했는데 검찰은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검찰 확인 과정에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거나 검찰이 알지 못하던 내용을 전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조사위 구성 결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해당 기자는 “저희도 알지 못하던 회사 조사위 구성 입장문이 나가던 시각,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며 “유 이사장이 언급한 내용이 회사 입장문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사회부장도 사전에 모르던 것인데 누군가 유 이사장에게 이런 조치를 미리 알려줬거나 유 이사장과 상의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람과 사전에 상의를 하거나 조치 내용을 미리 알려주셨습니까?”라고 했다.

내부 반발에 대한 KBS 입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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