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대통령 ‘친일잔재 청산’ 강조했는데…정작 靑이 친일작가 작품 소장

국민일보

[단독] 文 대통령 ‘친일잔재 청산’ 강조했는데…정작 靑이 친일작가 작품 소장

입력 2019-10-10 18:30
친일 작가 장우성 화백의 작품 '운봉'. 해당 작품은 지난해 8월 즈음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에 걸려있었다. 청와대는 현재 '운봉'을 비롯해 친일작가가 그린 미술품 14점을 소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소장 중인 미술품 164점 가운데 14점이 친일 작가들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품들을 관리하는 비용(운반·설치·철거비, 보험료 등)은 청와대 예산으로 충당된다.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국정 철학과 어긋나 보인다. 청와대는 해당 작품들을 경내에 전시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국정 운영의 상징적인 공간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0일 입수한 대통령비서실과 정부미술은행(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간 대부약정서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4일부터 2021년 10월 3일까지 정부미술은행이 보유한 미술품 164점을 연장 대여하는 방식으로 청와대 내부에 계속 보관키로 결정했다.

당초 이들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은 청와대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2017년 문체부 미술품관리심사위원회에 작품들에 대한 등급 심사를 의뢰했고, 등급 분류를 마친 미술품의 소유권을 문체부 산하 정부미술은행으로 이관했다. 이후 청와대가 해당 작품들을 소장하되 정부미술은행으로부터 대여받는 형식으로 규정을 바꿨다. 대여료는 없지만 관리비는 청와대가 부담한다.

문제는 미술품 가운데 친일 인사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현재 월전 장우성의 ‘운봉’과 ‘매화’, 운보 김기창의 ‘농악’, 영운 김용진의 ‘국화’, 심산 노수현의 ‘가을’ 등 친일 작가 8명의 작품 14점을 소장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미술 분야에 등재된 인사들이다. 친일인명사전이 친일파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여권과 학계는 이 사전을 바탕으로 친일파를 분류해 왔다.

김기창 화백의 작품 '농악'. 청와대 제공

장우성은 조선총독부가 후원한 반도총후미술전에 ‘부동명왕 조상’을 출품하려 했다. 부동명왕 조상은 일본 화가들이 전쟁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즐겨 그린 그림이다. 올해 2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우성을 언급하며 ‘친일 잔재를 청산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기창은 1943년 매일신보에 조선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시화 연재물을 게재했다. 김용진은 1937년 중일전쟁 와중에 일본군의 무운을 비는 부채그림을 대량으로 그려 일제에 헌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경내가 좁아서 걸 수 있는 미술품은 50~60여점 밖에 안 된다”며 “친일 작가 여부를 이미 점검해서 현재 해당 작품들은 전시하지 않고 내부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2017년 8월쯤 친일 작가의 작품을 일괄적으로 떼어 냈고 이후 게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우성의 ‘운봉’은 철거되기 전까지 문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전시도 하지 않으면서 굳이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 작가 미술품들을 계속 소장·관리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미술품 관리 비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손응성 화백의 작품 '가을'.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경축사에서 “친일 잔재 청산은 오래된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 식민지배 흔적을 지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홈페이지나 발행물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등 일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게끔 방치한 공공기관들을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