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뒤통수만 3초 남짓… 지난 공판 때 없던 ‘차단벽’ 등장

국민일보

고유정 뒤통수만 3초 남짓… 지난 공판 때 없던 ‘차단벽’ 등장

입력 2019-10-14 15:50 수정 2019-10-14 17:30
순식간에 법원 내부로 모습을 감춘 고유정. 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다섯 번째 공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으나 그의 신변 보호를 위해 세워진 벽 때문에 내부로 들어서는 모습은 철저하게 가려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4일 오후 2시 법원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고유정을 태운 호송차는 지난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시작 30분 전 제주지검 후문에 도착했다. 그러나 청사 내부로 들어서는 고유정의 모습은 취재진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최근 호송차에서 내린 피고인들이 오가는 법원 뒤편 출입구에 ‘법원 출정 수용자 승하차 시 차단벽’이 증축됐기 때문이다.

이 벽은 고유정 4차 공판이 있었던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없었던 시설이다. 현재 제주지검 청사 후문 입구 계단과 난간 등은 보강시설을 통해 외벽과 동일한 대리석으로 막힌 상태다. 건물 측면에 있던 구멍도 모두 메워졌다.

이날 교정 당국은 3, 4차 공판에 이어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호송 차량을 출입구에 밀착해 세웠다. 건물과 차량 사이 간격은 1m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세밀한 통제 속에 고유정이 모습을 드러낸 건 순간이었다. 그가 하차한 순간부터 내부로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 남짓이었다. 지난 출석 때 10초 정도 모습을 보였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제주지법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제주지검 측은 벽 증축이 고유정만을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 지검에서도 이전부터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할 때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시설을 갖췄다”며 “예산이 이제야 반영돼 10월 초 시설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2일 1차 공판 직후 시민에게 머리채 잡히는 고유정. 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 5월 31일 전국 53개 교도소 및 구치소에 피고인들의 언론 노출을 방지하라는 지침을 내렸었다.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오는 구속 피고인들이 호송차를 타고 내릴 때 차단문을 내려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하라’는 내용이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이 사진 촬영 등으로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포토라인의 경우 포승줄에 묶여 있지 않고 본인 의사에 따라 발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출석한 경우는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취지도 담겼다.

그러나 이날 고유정의 모습을 보기 위해 법원을 찾은 일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은 교도관들을 향해 “가리지 말아라” “너무하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끝까지 고유정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자 탄식하는 주민도 있었다.

교정 당국은 지난 7월 12일 고유정의 1차 공판 이후 그에 대한 경호를 강화한 바 있다. 재판 직후 호송되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욕설을 듣는 등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고유정의 2차 공판부터는 호송인력이 두 배로 늘었고, 3차 공판에서는 호송차에 근접한 언론 취재도 허락하지 않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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