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재심 변호사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한 이유

국민일보

화성 8차 재심 변호사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한 이유

입력 2019-10-16 14:40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2)씨가 30여년 만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그의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윤씨의 억울함을 증언해 줄 교도관이 여러 명 있다”며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씨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적었다. 그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윤씨가 종교 교화위원을 언급하는 내용이었다. 윤씨는 “(교도소에서) 죽을 생각도 했는데 종교 교화위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직 나이도 젊고 살 길이 막막한데 벌써 죽어서 되겠느냐’ 그런 말을 하더라”라며 “여기서 나가서 살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누명을 벗고 싶다고 교화위원한테 얘기했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어제는 윤씨가 20년 가까이 복역하는 동안 죽지 않고 살아갈 힘을 준 교화위원을 만났다. 출소 후 갈 곳 없던 윤씨와 3년간 함께 생활했다. 윤씨가 지금 자립할 수 있는 데에는 이 교화위원의 도움이 컸다”며 “오늘 윤씨의 억울함을 증언해 줄 교도관을 만나러 간다. 이런 증언을 해 줄 교도관이 여러 명 있다. 24시간 함께 생활했던 교도관이 봤을 때도 억울하다면 진짜 억울한 거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증이 없어서 재심이 어렵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다”며 “사람의 힘으로 극복가능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이 그렇다. 아직 살만 한 세상이다”라고 썼다.

화성 8차 사건은 박모(당시 13)양이 살해된 사건으로 지금까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모방범죄로 알려졌었다. 박양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는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기각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감형돼 20년간 옥살이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1심 선고 이후 항소하면서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었다.

30여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자신을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는 화성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던 10건 모두 그의 범행이 된다.

반면 당시 윤씨를 검거했던 형사들은 “이춘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범인은 윤씨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양 사건은 화성 사건과는 수법 등이 달라 처음부터 별개 사건으로 분류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논이나 야산이 아닌 집에서 살해됐고, 옷가지로 피해자를 결박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아울러 오염되지 않는 증거물을 통해 범인 특정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윤씨 사건을 맡으면서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다. 잘 살려가겠다”라며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때문에 한 쪽 다리를 잘 못쓰는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한다”며 “지금의 경찰이 이 사건 바로잡길 바란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변호가 시작됐다”고 예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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