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유서가 있습니다” 홍콩 학생 시위 헬멧에 써넣은 글(사진)

국민일보

“주머니에 유서가 있습니다” 홍콩 학생 시위 헬멧에 써넣은 글(사진)

입력 2019-10-18 09:26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발동한 이후로 홍콩 시위대는 더욱 격렬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시위대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들이 연일 전해지고 시위에 참여했던 10대 소녀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유서가 조명받고 있다.

15일 트위터에는 한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시위대의 ‘응급 처치’ 역할을 맡은 한 학생의 헬멧 사진이다. 학생이 착용한 흰색 헬멧 위에는 응급처치 요원을 의미하는 빨간색 십자가가 그러져 있으며, 그 옆에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진 글씨가 눈에 띈다. 헬멧에는 “유서가 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제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심폐 소생술을 하지 마세요”라고 쓰여있다.

출처 트위터

해당 학생의 사진은 SNS에 공유되며 많은 홍콩 시민들의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빈과일보는 16일 “많은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죽을 각오를 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빈과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내가 시위에 참여할 때마다 불안해하신다. 하지만 홍콩이 이대로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내가 싸우는 것이 가족을 위해 싸우는 것이고 홍콩의 어린이들과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하기 전 학생들이 쓴 유서가 퍼지기도 했다. 그중 홍콩 시위에 참여한 스무살 여성 티나의 배낭에서 발견된 유서는 수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다. 그녀는 현재 홍콩 경찰에 의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유서에는 “죄송합니다. 저는 좋은 학생, 좋은 연인, 좋은 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아빠는 낮에는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엄마는 밤에 술을 덜 마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할머니를 위한 선물을 사둔 것이 있으니 내가 떠난다면 동생에게 물건을 달라고 하세요. 저를 용서하세요. 이해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은 후퇴할 방법이 없습니다. 내일이 있다고 보장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호랑이가 두려워도 우리는 큰 입을 마주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홍콩의 시위 상황을 전하는 매체도 유서를 항상 배낭에 넣은 채 시위에 참여한다고 밝힌 한 남학생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남학생은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신체기관을 기증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며 “매번 시위에 참여할 때마다 죽음을 예상했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홍콩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들도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알지만 유서의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이 ‘우리가 저항하지 않아서 네 세대가 고생하는구나’라고 울며 말씀하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두렵지 않냐는 매체의 질문에 학생은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말하며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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