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여성 사냥, 법으로 막아야… 스토킹방지법 제정하라”

국민일보

이수정 “여성 사냥, 법으로 막아야… 스토킹방지법 제정하라”

입력 2019-10-18 14:26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8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근 강간미수 무죄를 선고받은 ‘신림동 사건’을 두고 “스토킹방지법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은 아직 스토킹방지법이 없는데 선진국은 이미 가지고 있다”며 “스토킹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가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죄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처벌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강간에 대해 서구사회에 비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동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느냐를 묻는다”며 “신림동 사건 같은 경우 신체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 성범죄와 연관된 그 어떤 죄명도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미수조차도 무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간미수를 제외하고 주거침입 혐의만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인 판단으로 봤다. 그는 “피고인의 행위를 전국민이 다 봤다. 결국은 여성의 집에 못 들어갔다. 바깥에서 계속 위협을 했다. 문을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한 행위가 다 확인됐다”며 “그것을 증거로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어쨌든 성범죄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공포, 정신적인 상해도 틀림없이 피해다. 만약에 항소심에 가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그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너무 경미하다”라며 “외국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범죄화해서 일종의 성범죄와 연관된 예비적 의미의 범죄류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우리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 스토킹방지법을 말했다. 해당 입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스토킹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가 안 되고 있다. 여성들 특히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들은 (스토킹에 대한) 공포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스토킹이 일종의 구애행위 정도인데 그것으로 처벌하기 시작하면 웬만한 젊은 남성들을 다 범죄자화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상대방의 의사다. 거절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런 행위들이 발생하면 문제다. 또 한 가지는 이 여성, 저 여성을 계속 사냥하듯 상습적으로 쫓아다니는 경우도 처벌해야한다. 그래야 남성 스스로 이게 범법행위니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위화감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 처벌내용을 보면 주거에 침입만 안 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 아닌가. 그러면 다음부터는 여성을 엿보기만 하고, 쫓아다니기만 하고, 공포만 주게 될 것이다. 문 앞에 가서 문을 접촉하지만 않으면, 서성거리기만 하면 그건 범죄가 아니게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방지법 입법이 탄력을 받았으면 좋겠다. 스토킹 입증은 너무 쉽다”며 “계속 이렇게 여성을 목표물로 사냥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서울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여성을 뒤쫓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조모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강간 고의는 없었다며 강간미수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난 16일 “피고인이 강간 범행을 실행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반적인 주거침입죄와 달리 피해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의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것만으로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행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조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30분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원룸에 사는 20대 여성을 미행해 그의 현관문을 잡아당기며 침입을 시도했다. 조씨는 당시 범행 대상을 특정한 후 옷 속에 넣어둔 모자를 꺼내 눌러 쓰고 원룸까지 약 200m를 뒤따라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가려고 문을 잡았으나 바로 닫혔다. 조씨는 닫힌 문 앞을 10여분 동안 서성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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