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 속 中임신부 혈액샘플, 피는 왜 홍콩으로 향했나

국민일보

봉제인형 속 中임신부 혈액샘플, 피는 왜 홍콩으로 향했나

왜 12살 소녀, 혈액 142개를 들고 홍콩 가다 적발도

입력 2019-10-19 00:14
CNN캡처

지난 2월 중국 광둥성의 뤄후 검문소. 중국에서 홍콩으로 가려던 12세 중국 소녀가 세관 직원에게 붙잡혔다. 비정상적으로 불룩한 소녀의 가방 때문이었다. 가방 안에는 중국 임신부들의 혈액이 담긴 병 142개가 발견됐다.

미국 CNN은 14일(현지시간) 최근 들어 홍콩으로 혈액을 보내는 중국 임신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금지된 태아 성 감별을 위해서다. 유사한 사건은 2017년 7월에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의 속옷에 혈액 표본을 대량으로 감추고 홍콩으로 가다가 적발됐다.

중국 당국은 “해당 혈액 표본 병에는 산모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금지된 태아 성 감별을 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운반책 역할을 한 이들은 회당 100~300위안씩(1만7000~5만원)을 받게 된다. 이 혈액 표본은 홍콩의 병원으로 보내져 태아의 DNA 테스트에 사용됐다. 검사는 산모의 혈액으로 출산 전 태아의 DNA를 분석하는 비침습적 태아검사(NIPT)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국은 아직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다. 2017년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인구 14억여 명 가운데 남성 인구수는 여성보다 3270만여 명 더 많다. 원치 않는 여아를 임신한 경우 불법적인 낙태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성비 불균형을 우려해 태아 성 감별을 금지해왔다.

CNN캡처

법이 성별 확인을 금지하자 부모들의 욕심이 뒷문을 두드렸다. 임신부 혈액으로 태아 성별을 확인해준다는 홍콩 의료업체가 그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온라인을 통해 홍콩으로 혈액을 밀반입하는 걸 돕는 중개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표 SNS인 웨이보에서 활동한다. 임신부들은 아기의 성별을 알기 위해 약 3500위안(약 58만원)을 낸다. 시간은 6주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부 단속이 심해지자 혈액 표본을 아예 봉제 인형이나 과자 상자 속에 숨긴 뒤 우편으로 부치는 등 더욱 교묘한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사건에서 그랬듯 미성년자 중개인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홍콩 정부가 혈액 밀반입 단속에 눈을 감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CNN은 홍콩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두고 “시장 규모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시장분석업체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NIPT 시장이 올해 39억 달러(약 4조6000억 원) 규모이고, 향후 연 13.5%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이 태아 성감별이 금지된 중국을 상대로 돈벌이를 해왔다는 것이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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