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안 된 법령”…조국이 남긴 수사규칙에 검사들 성토·반발

국민일보

“기본도 안 된 법령”…조국이 남긴 수사규칙에 검사들 성토·반발

입력 2019-10-21 17:06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후속 추진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하는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대해 많은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대한 규칙안 제정이 졸속으로 이뤄졌고, 검찰청법 등 상위법과 충돌하며, 무엇보다 검사 본연의 업무와 맞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판들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지난 17일부터 인권보호수사규칙의 내용과 절차가 엉망이라는 비판이 다수 올라왔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은 현재 법무부가 검찰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일선 검사들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착수 단계부터 고검장에게 보고토록 한 대목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상당수 검사들의 반응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검찰청법은 고검장에게 산하 지검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어 법체계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형사부 소속 검사의 수사권 제한도 상위법인 검찰청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르면 형사부 소속 검사는 앞으로 부패범죄에 대해서 가급적 수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검찰청법 4조는 범죄수사나 공소제기·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검사의 권한과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면 법무부령을 위반하게 되는 꼴이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를 수사하면 검사가 항시적 사무감사 대상이 된다는 점도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를 위축시키고 수사 대상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 정의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부를 남기도록 한 대구와 광주의 고검장이 현재 공석이라는 점도 뒷말을 낳는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를 임명해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제정안을 내놓으며 통상 40일이었던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했다. A부장검사는 “기본도 안 돼 있는 규칙안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헌법적 근거로 제정되고 규범력을 지니게 되는 법령안이라고 봐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80%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거나, 형소법이나 형법에 이미 규정된 내용”이라며 “나머지는 별다른 근거 없이 검사의 수사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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