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짬뽕국물’ 고문…이춘재 짓인데” 또 나온 ‘거짓 자백’ 증언

국민일보

“때리고 ‘짬뽕국물’ 고문…이춘재 짓인데” 또 나온 ‘거짓 자백’ 증언

입력 2019-10-22 08:09 수정 2019-10-22 08:10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복역한 윤모씨. 기사 속 박모씨처럼 누명을 썼다고 주장 중이다. 박씨는 1991년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범인으로 체포됐다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화성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는 최근 여고생 살인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범행 때문에 누명을 썼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화성 8차 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수감생활을 했던 윤모씨와는 다른 인물이다. 강간치사 혐의를 뒤집어쓸 뻔했다는 박모씨는 22일 한국일보에 “폭행 등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거짓 자백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최근 10건의 화성 사건 외에도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포크레인 기사였던 그는 1991년 전후로 화성과 청주 공사 현장을 오가며 근무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 가운데 1991년 1월 16일 청주 가경동 택지조성공사장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과 엮였다. 당시 17세였던 박모양이 이 공사장의 하수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이 사건 용의자로 인근에 살던 박씨를 지목했다.

열아홉 살이었던 박씨는 별개의 절도 사건에 휘말린 상태였다. 박씨에 따르면 경찰은 8, 9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폭행을 가하며 자백을 강요했다. 거꾸로 매달아 얼굴에 수건을 씌운 채 짬뽕 국물을 붓기도 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강간치사로 들어가 몇 년 살다 나오면 된다’는 회유도 있었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다 시인했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교도소에 찾아와 눈물을 보이자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풀려난 뒤에도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주변에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박씨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살았다”며 “이미 3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때 당한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사과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박씨처럼 윤씨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그 집에 살던 13세 박모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이른바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명백한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3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형사들에게 발로 걷어차이는 등의 폭행을 당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21일 청주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조사를 받았는지 경황도 없었다. 지장을 찍으라고 해서 찍었는데 그것이 (자백으로) 인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초등학교 졸업을 못 했는데, 당시 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경찰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사건 당시 강압 수사를 한 형사들이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와 달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윤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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