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라고 야유한 한국당에게 손 내민 문 대통령

국민일보

‘에이…’라고 야유한 한국당에게 손 내민 문 대통령

입력 2019-10-22 16:00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내내 자유한국당은 야유로 일관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며 집단 항의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을 쫓아갔지만 대부분이 등을 돌리며 빠져나갔고,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일부만 남아 악수에 응했다.

문 대통령이 22일 오전 10시 취임 후 네 번째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 없이 기립하기만 했다. 33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민주당은 28차례 박수를 보냈다. 첫 박수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재정은 매우 건전하다”고 하자 한국당쪽 의석이 처음으로 술렁거렸다. “일자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문 대통령 말에 “에이~”라며 노골적인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 반발은 문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를 말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는 발언에 한국당쪽 의석에서는 “사과하세요!” “조국 조국!”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노력을 당부할 때 야유는 극에 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연설 말미에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다”고 하자 한 한국당 의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치자마자 문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와 한국당 의석 쪽으로 다가갔지만 의원들은 못본 체 하며 줄줄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은 수초간 머쓱한 표정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등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의원들을 쫓아가 손을 내밀었다. 나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호·김성태·김세연·김현아·민경욱·이주영·홍문표 의원 등 일부 의원들만 웃으며 악수했다.

연설에 앞서 여야 5당 대표와 가진 사전환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 “전부 다 비난을 하는데 강약이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조 장관 관련해서는 잘해주셨다. 분노하고 화가 난 국민 마음을 편하게 해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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