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헌법 준수 다짐…아베는 존재감 알리기

국민일보

일왕은 헌법 준수 다짐…아베는 존재감 알리기

22일 즉위 선포 의식

입력 2019-10-22 16:1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 의식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 선포 의식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다짐했다.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바꾸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비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왕궁인 고쿄에서 자신의 왕위 계승 사실을 내외에 선언했다. ‘즉위례 정전의 의식’이란 이름의 이날 즉위 선포 의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174개국 및 유엔 등 해외 사절단 400여명과 아베 총리를 포함해 일본 인사 1600여명을 더해 2000여명이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5월 1일 즉위했지만 즉위 선포 의식은 즉위를 국내외에 공식 선언한다는 점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면서 “국민의 예지(叡智, 진리를 포착하는 고도의 인식 능력)와 쉼없는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하길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면서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며 각오를 더했다.

나루히토 일왕(왼쪽)과 마사코 왕비가 22일 오전 도쿄 왕궁의 규추산덴에서 왕실 가족이 참가한 가운데 선조에게 즉위를 알리는 예식에 참석했다. 마이니치신문 대표 촬영.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세계 평화를 언급한 것은 아키히토 상왕이 재위 중에 밝힌 메시지와 상통한다. 전후 세대 첫 군주인 그는 부친으로부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앞서 밝힌 바 있으며 지난 5월 즉위식에서도 부친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안보 체제를 정비해 자위대가 각국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전쟁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의 메시지는 의미가 크다.

헌법을 따르겠다고 언급한 것도 일본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는다. 전후 최장기 집권 중인 아베 총리는 개헌을 숙원으로 삼고 있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적 권한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개헌에 대한 찬반 표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왕의 이날 발언은 아베의 폭주와 대비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 이어 4개월 만에 일왕 즉위 선포 의식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50개국 정상 및 외교 사절단 대표들과 마라톤 회담에 들어가는 한편 23일 외교 사절을 대상으로 한 만찬회를 연다.

한편 이날 즉위 선포 의식은 위헌 및 정교 분리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총리가 일왕 앞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것이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일본 신화 속 물건을 의식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즉위 선포 의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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