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임종 지키러 간 기차서 만난 군인을 찾습니다

국민일보

아빠 임종 지키러 간 기차서 만난 군인을 찾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페북 게시판에 4년전 기차 안에서 도움 준 군인 찾는 글

입력 2019-10-23 13:31 수정 2019-10-23 17:32


선행은 받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그 크기가 무한대로 부풀려지기도 합니다. 세상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이 들 때 다가온 사람은 평생 남을 큰 은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아버지 임종을 지키러 가던 임산부가 오래전 모르는 이에게 느꼈던 감동을 인터넷에 털어놓았고, 그 은인과도 같은 청년을 다시 만나는 동화 같은 일이 있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A씨는 최근 군대숲이라는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5년 전 자신에게 도움을 준 군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4년 전인 2015년 4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달음에 친정이 있는 대구로 내려가려고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세 살배기인 첫째와 뱃속에 둘째와 함께였던 A씨는 출장 중인 남편 없이 급하게 입석표를 끊고 말이죠. 배가 부른 상태인데, 어린 딸까지 있으니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바닥에라도 앉자는 심정으로 객차를 돌아보는데, 바닥에 앉은 한 군인이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엄마 뱃속에 이쁜 동생이 있으니 더 이쁜 공주는 삼촌 무릎에 앉아갈까?”라며 손을 내밀던 군인은 가는 길 내내 아이가 보채지 않게 잘 봐줬습니다. 덕분에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왔던 A씨는 사례를 하고 싶어 군인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한사코 거절해 서로 헤어졌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군인은 원래 입석이 아닌 좌석이 지정된 표를 샀던 것입니다. 그는 자기 자리를 어르신께 양보했고, 이를 검표 직원의 말을 통해 A씨를 알게됐습니다. A씨는 “그때는 정말 경황이 없었고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했다. 우리 첫째와 둘째가 00씨처럼 배려심 깊고 낮은 곳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군인과 연락이 닿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A씨는 최근 아이와 얘기를 나누던 중 커서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 말을 듣고 당시 군인에게 다시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대 마크와 대략적인 제대 일자 등을 공개한 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군인을 알던 지인이 댓글을 달았고 당사자인 군인이 직접 댓글을 남긴 겁니다. 당시 임산부였던 A씨와 군인이던 청년은 댓글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서로 나눴습니다. 이 사연에는 일주일여만에 1만4000여개의 ‘좋아요’와 1만40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훈훈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 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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