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삭발, 유사성행위… 샴푸 꼭지까지 감시당한 10대들

국민일보

구타, 삭발, 유사성행위… 샴푸 꼭지까지 감시당한 10대들

입력 2019-10-23 15:42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시스

운동부가 있는 국내 초·중·고교 10곳 중 4곳에서 여전히 과도한 합숙 훈련 제도가 시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학생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타, 성폭력 등의 인권침해를 상습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23일 ‘학생선수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체육 중·고교를 제외하고 운동부 합숙 기숙사를 운영하는 전국의 초·중·고교는 380곳이다. 이 중 41%에 해당하는 157곳은 학교 가까이 거주하는 학생선수를 포함한 상시적인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체육진흥법에는 학교장이 학기 중 상시 합숙 훈련이 근절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선수를 위해서만 기숙사를 운영하도록 한다.

조사단이 파악한 합숙소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합숙 생활을 하는 16개 학교 학생선수를 면접 조사한 결과 4곳에서는 10명 이상 인원을 한 방에 몰아넣는 식의 배정을 해오고 있었다. 개인 영역이 확보되지 않아 사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또 별도의 휴게 시설이 없는 곳도 8곳이었다. 비상구·대피로 등 안전시설이 전혀 없는 학교도 5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없는 숙소는 80곳이나 돼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교외 다세대 주택에서 합숙 훈련을 하면서 교육부 실태점검이나 인권위 자료 제출 시 인권침해 사실을 누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거리 학생선수 5명만 생활 인원으로 보고한 뒤 전체 선수를 합숙시키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다.

합숙 생활을 하는 동안 발생한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 등을 제한했고, 이성 교제 사실을 들키면 삭발을 해야 하는 규정도 있었다. 또 하루에 4번씩 인원보고를 필수로 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선수들은 ‘의류 각 잡아 개기’ ‘샴푸 꼭지 한 방향으로 정리하기’ ‘관등성명 외치기’ 등 생활 속 아주 작은 부분까지 감시받는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타와 성폭력 같은 범죄행위도 상습적으로 발생했다. 확인된 유형도 단체 기합, 동성 선수에 의한 유사 성행위 강요, 성희롱 및 신체폭력 등으로 다양하다. 코치가 학생 선수에게 개인적 만남과 음주를 강요하다가 성폭행한 사례도 있다. 이 경우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긴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는 미흡했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의 기숙사 생활 선택권을 보장하고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적정 규모의 공간 확보, 합숙 훈련 기간 제한, 과도한 통제 규율과 수칙 중단, 지도자와 공동생활 금지 등 인권 친화적인 기숙사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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