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못 하던 호인이 동생 죽인 살인자가 됐다… 12억의 비극

국민일보

거절 못 하던 호인이 동생 죽인 살인자가 됐다… 12억의 비극

입력 2019-10-23 17:56
게티이미지뱅크

돈 문제로 다투던 친동생을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가 평소 주변인의 작은 부탁도 쉽게 지나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지검은 지난 11일 오후 4시9분쯤 전주 한 전통시장에서 친동생(49)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58)를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주변의 어려운 사정을 쉽게 지나치지 못해 돕는 호인이었던 것 같다”며 “친구들의 요구 역시 뿌리치지 못하고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고 전했다.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2억원을 수령한 ‘행운의 사나이’였다. 당시 기쁨을 나누기 위해 누나와 동생에게 1억5000만원씩을 나눠줬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원을 선뜻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가족에게 나눠준 돈만 모두 5억원에 달한다.

그는 이후 남은 당첨금 7억원 중 일부를 정육식당을 여는 데 투자했다. 그러던 중 A씨의 로또 1등 소식이 친구들에게 전해졌고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A씨는 결국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줬고 이자 지급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한 두 달 후 돈을 빌려 간 친구들이 연락을 끊었고 A씨의 비극이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배신을 당하던 중에도 다른 친구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700만원을 빌렸고 그 돈을 고스란히 친구에게 전했다. A씨는 월 25만원의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은 A씨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이어졌다. 이에 화가 난 동생은 형에게 전화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A씨는 동생이 있는 전주 한 전통시장까지 차를 몰고 가 다툼을 벌였고 살인을 저질렀다.

A씨가 수차례 휘두른 흉기에 쓰러진 동생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건 현장에는 숨진 동생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도 있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전화로 동생과 다투다가 (동생이) 서운한 말을 해 홧김에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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