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속 알몸 시신…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 원점 재검토

국민일보

우물 속 알몸 시신…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 원점 재검토

장기 미제 살인사건, ‘전국 처음’ 사건심사 시민위원회 안건 상정

입력 2019-11-01 00:05
이하 SBS방송화면 캡처

13년째 풀리지 않고 있는 강원도 장기 미제 살인사건인 동해 학습지 교사 피살사건을 경찰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경찰은 31일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 첫 회의를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열고 이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건심사 시민위원회에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이번이 전국 처음이다. 이날 전대양 시민위원장을 비롯해 외부 위원 8명과 내부 위원 5명 등 13명이 참석했다. 지난 3월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집단으로 묘안을 창출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사고 기법을 최초로 도입해 사건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었다.


작은 마을 발칵 뒤집은 우물 속 알몸 시신

2006년 3월 14일 강원도 동해시 심곡동 약천마을 우물에서 여성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물이 좋기로 유명하던 마을이었다.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 안에서 알몸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자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우물 물줄기가 평소보다 약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마을 주민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입구를 열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성 알몸 시신이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우물 위에 떠 있었다. 시신의 긴 머리카락 일부가 빠져 입구를 틀어막아 물줄기가 약해진 상태였다.

숨진 여인은 학습지 교사 김모(당시 24)씨로 밝혀졌다. 시신으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인 8일 오후 9시40분경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마지막 행선지는 동해시 부곡동 한 연립주택. 학습지 교육 차 방문한 마지막 장소였다. 귀갓길에 올랐던 김씨는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김씨가 실족사 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발견된 우물의 깊이는 1m가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얕은 곳이었다. 이마저도 뚜껑으로 덮여있었다. 이곳에서 살해를 당했거나, 살해를 당한 뒤 이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부검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 경찰은 실종 직후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 뒤 우물 속에 유기된 것으로 판단했다. 시신에서 남성의 정액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가 타고 다니던 빨간색 마티즈 승용차는 시신 발견 다음날 오후 동해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서 김씨의 옷과 소지품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승용차 안에서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봤다. 김씨의 주변 인물을 샅샅이 수사했으나 아직까지 미궁에 빠져있다.

‘빨간 차’ 노린 연쇄살인이었을까

경찰은 연쇄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씨가 살해당하고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했다. 같은 해 6월 1일 한 여성은 괴한이 자신의 승용차로 기습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나오자 범인은 그대로 도주했다. 같은 달 23일에도 한 여성이 자신의 자동차에 괴한이 쳐들어왔다고 진술했다. 범인은 폭행을 가하다 여성을 길거리에 버린 뒤 달아났다고 했다.

이들은 죽음을 면했으나 김씨의 사건과 어딘가 닮아있었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었고, 혼자 있었으며, 늦은 저녁 주택가 인근에서 피해를 입었다. 사건 발생 지역은 모두 150m 이내였고 승용차 안에서 범행이 일어났다. 경찰은 자동차 색상에 집중했다. 피해 여성 모두 ‘빨간색’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괴한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손을 이용해 폭행했다. 살아남은 피해 여성 두 명 모두 주먹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우물 속에서 발견된 김씨의 몸에도 목에 짓눌린 압박 자국만 남아있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전직 프로파일러는 “범죄수법을 보면 범인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연령대가 낮은 남성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보통 시신유기 장소에서 더 멀리 도망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범인은 이상하게도 피해자를 처음 만난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단서다. 최초 범죄현장 부근에 거주하는 주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민위원회는 ▲범인이 사건 발생 현장에 상당한 지리감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 ▲제1~3차 범행 이후 추가 범행이 없는 것으로 미뤄 이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 ▲화성 연쇄 살인범처럼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사람일 가능성 등 수사에 참고할 만한 여러 의견을 수사팀에 전달했다. 경찰은 관계자는 “시민위원회에서 제시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