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30%→정·수시 반반→고교학점제’ 한치 앞 모를 대입

국민일보

‘정시 30%→정·수시 반반→고교학점제’ 한치 앞 모를 대입

대입제도 계속 바뀌어 학생, 학부모들 ‘멘붕’

입력 2019-11-03 16:39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지시는 정부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교육 정책을 얼마나 손쉽게 뒤집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란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교육부조차 충격을 받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일이다. 실제 당사자인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당혹감 역시 적지 않아 보인다.

향후 대입은 이달 대학수학능력시험 뒤 발표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한번, 2025년 3월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용 대입 제도 때 또 다시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선 2022년 3월 대선에서 집권할 세력이 입시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중요할 뿐 현재 전망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조만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능 이후에는 정시 확대를 골자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이는 고입과 대입을 동시에 손대는 것이어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정시 확대 정책은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현재 고1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 선호도가 높고 대입에서 영향력이 큰 서울 일부 대학들에 내년 4월 발표하는 대입전형시행계획에서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5년 3월부터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자사고·외고·국제고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용 대입 제도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첫 선을 보인다.

현재 고1부터 초등학교 5학년(2003~2008년생)까지는 과도기적 입시를 치르게 된다. 수시와 정시가 ‘반반’ 비율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대학들에 40~45% 수준으로 정시 비율을 늘리라고 요구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정시 비중은 45~50%에 육박한다. 대학 입학처장들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정부 요구를 거절할 ‘간 큰’ 대학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학생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수시와 정시가 7대 3 비율이다. 현재 고1부터 5대 5 비율이 된다면 내신 성적을 망쳤거나 학생부에 자신 없는 학생은 수능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 역으로 수시 비중이 줄고 정시가 늘었기 때문에 수능 대비를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하는 부담이 지워진다. 따라서 수능 대비와 학종을 동시에 대비하기 유리한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더욱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초등 4학년인 2009년생이 치르는 입시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교학점제 1세대이므로 내신 성적은 절대평가로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 고교학점제와 가장 부합하는 대입 제도인 학종이 다시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여기에 서술·논술형 문항이 가미되는 ‘미래형 수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서술·논술형 수능은 교육 당국이 늘 ‘장기 과제’로 분류해왔다. 교사와 학교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선 사교육 배만 불릴 수 있다. 학종처럼 막연한 장밋빛 낙관론에 의지해 도입·확대했다가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부총리가 정시확대 가능성을 일축한 뒤 대통령이 며칠 후 뒤집었다. 입시 정책의 신뢰도가 바닥이니 학부모들이 선행교육 해주는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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