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감에 눈물 쏟은 손흥민과 되레 위로한 에버튼

국민일보

자책감에 눈물 쏟은 손흥민과 되레 위로한 에버튼

입력 2019-11-04 11:01 수정 2019-11-04 11:18
연합뉴스

4일(한국시간) 에버튼전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토트넘)은 올 시즌 3호 도움을 기록하고도 고개를 떨궜다. 백태클 후 퇴장을 알리는 레드카드가 나왔고 그는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며 눈물을 쏟았다. 억울함도 분노도 아닌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런 진심이 전해졌는지 에버튼 선수단은 오히려 손흥민을 감싸며 위로했다.

이날 경기는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렸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와 전반 내내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다. 그러나 토트넘은 좀처럼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고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에버튼의 골망이 흔들린 건 후반 18분이었다.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긴 손흥민이 상대의 패스 미스를 기회로 공을 가로챘다. 이어 문전으로 뛰어들던 동료 델리 알리를 발견했고, 공을 넘겨받은 알리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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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3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손흥민이 에버튼 안드레 고메스의 뒤를 따르며 태클을 시도했다. 고메스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했고 그 순간 발목이 꺾여버렸다. 쓰러진 고메스는 심각한 부상에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다. 주심의 레드카드는 이때 나왔다.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두 번째 퇴장이었다. 이후 10명이 싸우던 토트넘은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52분 에버튼의 젠크 토순이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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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퇴장당한 후에도 계속 눈물을 쏟았다. 델리 알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며 “경기가 끝나고서도 계속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경기가 마무리된 후에도 고메스와 상대 팀에게 계속해 사과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쓰러진 고메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을 온몸으로 드러낸 손흥민과 함께 눈길을 끈 건 에버튼 선수단의 모습이었다. 손흥민을 감싸주며 그의 눈물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에버튼 선수들은 고메스의 상태를 확인한 뒤, 한쪽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손흥민에게 다가갔다. 이어 손흥민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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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 주장 시무스 콜먼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토트넘의 드레싱룸을 일부러 찾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을 직접 만나 컨디션을 살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인터뷰에서 “콜먼과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 라커룸에 와서 손흥민을 위로해줬고 그 덕분에 그가 많이 진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마르코 실바 에버튼 감독 역시 손흥민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태클을 건 게 아니라는 것에 100% 확신한다”며 “손흥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우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위로가 이어졌다. 델리 알리는 “손흥민의 잘못만이 아니다”라며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나이스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나쁜 감정의 태클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고메즈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전 출전선수 명단에 손흥민을 포함한 파울루 벤투 감독도 소식을 접한 뒤 위로를 건넸다. 벤투 감독은 “축구를 하다 보면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내가 아는 손흥민은 추호도 악의적인 마음으로 그런 태클을 할 선수가 아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국적을 떠나 누가 이런 부상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선수 자신도 그렇고, 관련 상황에 부딪힌 모든 선수가 잘 극복해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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