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하는 아빠 보러 가다가 총기난사 당한 가족 사연

국민일보

미국에서 일하는 아빠 보러 가다가 총기난사 당한 가족 사연

입력 2019-11-06 11:07 수정 2019-11-06 11:21
멕시코 북부 가족 총기 난사 사건 현장. AP/연합뉴스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들이 무차별 총격을 당했다. 어린이 4명, 유아 2명, 여성 3명 총 9명이 숨졌다. 남은 아이 7명은 살아남았다. 이들은 모두 가족을 보러 가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마약 카르텔이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돌입했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의 도로에서 4일(현지시간) 총격이 발생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5일(현지시간)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의 총격에 최소 3명의 여성과 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며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국적과 멕시코 국적을 모두 가진 피해 가족은 모르몬교의 한 분파가 모여사는 멕시코 북부의 라모라 지역에 거주한다. 여성 3명이 차량 3대를 각각 운전하고 아이들 13명을 태웠다. 도로를 나란히 달리던 차량 3대는 불길에 사로잡히며 타들어갔고, 차에서 빠르게 탈출한 아이 7명만 목숨을 구했다.

멕시코 북부 가족 총기 난사로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 AP/연합뉴스

사망한 로니타 밀러(30)의 친척 캔드라 밀러는 “로니타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일하는 남편을 보러 가기 위해 소로나주에서 애리조나주로 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안전을 위해 차량 3대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가족은 다음 주에 예정된 캔드라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뒤따라오는 차량을 운전한 도나 랑포드(43) 역시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보러 치와와주로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차량을 운전했던 크리스티나 랑포드(29)도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멕시코 북부 가족 총기 난사로 사망한 가족이 거주한 지역의 일부 모습. AP/연합뉴스

캔드라에 따르면 이들이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로니타가 운전하던 차량 바퀴에 구멍이 났다. 로니타는 망가진 차를 끌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다른 차를 빌린 로니타는 기다리던 도나와 크리스티나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친척들은 근처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차량 3대가 불에 타는 모습을 일부 목격하고 이들이 사고를 당했음을 직감했다. 캔드라는 “망가진 로니타의 차를 수리하던 형제가 멀리서 폭발을 목격했다. 불길한 마음에 상황을 확인하러 갔더니 로니타가 빌린 차가 총격으로 곳곳에 구멍이 나있었고 남은 건 잿더미, 차 뼈대 등이었다”고 전했다.

멕시코 총기난사 현장. EPA/연합뉴스

총기 난사로 살아남은 데븐 랑포드(13)는 사건 직후 도움을 구하려 사고 현장에서 14마일(약 22.5㎞) 떨어진 마을로 걸어갔다. 캔드라는 “엄마와 여러 형제가 사망한 걸 목격한 데븐은 살아남은 6명의 형제들을 덤불로 옮기고 도움을 구하러 다시 마을로 걸어왔다”고 전했다. 6시간을 걸어 라모라 지역에 도착한 데븐은 친척들을 현장으로 데리고 와 상황을 수습했다. 데븐을 찾아 헤맨 9살짜리 여아가 사라져 친척들이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아이를 발견했다. 부상당한 7명의 아이들은 애리조나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들이 속한 모르몬교의 분파에서 일부다처제가 행해지고 있어 사고를 당한 가족의 관계는 복잡하다. 때문에 차량에 타고 있던 아이들과 여성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이들 분파에는 3000명 정도가 속해있다. 이번 공격으로 친척을 잃은 티파니 랑포드는 “개개인의 믿음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거대한 가족”이라며 “우리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연결된 가족은 보지 못했다. 우리 삶에 비극이 닥쳤다”고 말했다. 목숨을 잃은 9명의 시신은 수습돼 가족에게 인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총기 난사 뒤 트위터에 올린 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유타주의 훌륭한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총질을 하는 두 잔인한 마약 카르텔 사이에 껴서 다수의 위대한 미국인들이 살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유타주는 모르몬교 신도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어 “멕시코가 이런 괴물들을 치워버리는 데 도움이 필요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미국은 준비돼 있으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그럴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는 지난해에만 3만3000여명이 살해됐다. 올해에는 지난해 기록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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