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정부 주요인사 일정공개 의무화’

국민일보

엉성한 ‘정부 주요인사 일정공개 의무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입력 2019-11-07 17:00 수정 2019-11-07 17:00
문재인 대통령 공개일정.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정부 주요인사 62명의 일정공개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안 지켜도 불이익이 없는 데다, 예외조항마저 많아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정원장 등 핵심인사에겐 의무가 면제돼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8일 입법예고했다. 이미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28개 행정 각부 장·차관(급) 기관장에 대검찰청·국세청 등 17개 청 단위 기관장,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정책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됐다.

일정 공개시점은 당일 자정이다. 행안부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 ‘일정공개’ 페이지에 정부 기관명들이 나열된다. 기관명을 누르면 장관 이름과 시간, 장소, 일정 명이 나타난다.

각 기관은 일정 공개 시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식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행사, 회의, 면담, 현장방문 등 업무와 관련된 주요 일정은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공개된 각 부처 장관 일정을 보면 일정이 아예 없거나, 국회와 정부서울청사에 간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사소한 일정만 골라 구색만 맞추고 있는 수준이다.

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전혀 없다. 강제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행안부 관계자는 “세부지침 마련 시 평가절차를 넣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정 비공개’가 가능한 예외조항이 많아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외교 관련 일정,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일정 등은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은 폭넓게 해석될 수 있어 사실상 각 부처가 원하는 대로 일정을 공개할 수 있게 한다.

한편 대통령은 공개 의무를 지지 않는다. 행안부는 “다른 기관장과 같은 잣대로 공개 의무를 부여하다 보면 보안·경호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뺀 것”이라며 “대통령은 다른 기관장처럼 일정을 미리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 일정을 일주일 단위 사후공개 방식으로 공개해왔다.

하지만 사후공개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감사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시 의무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행안부는 “업무 특성상 독립성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부처 기관장 공개일정. 정부 정보공개 홈페이지 캡처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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