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러 온다고 해놓고…” 유기견 보호소로 전락한 애견호텔

국민일보

“찾으러 온다고 해놓고…” 유기견 보호소로 전락한 애견호텔

고양시 애견호텔 운영자 “1년에 약 50마리 안 찾아간다”

입력 2019-11-08 00:30
기사와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최근 애견호텔 등 애견 위탁업체에 반려동물을 맡긴 뒤 찾아가지 않고 유기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관련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견호텔은 집을 비워야 하거나 강아지를 돌볼 수 없는 일이 생긴 견주들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강아지를 맡아주는 위탁 서비스다. 현재 대부분의 애견호텔은 견주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제공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강아지를 맡아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지난 7월 한 고객이 버리다시피 맡기고 간 강아지를 두 달 동안 돌보다 얼마 전 동물 보호소로 보냈다. 견주는 2박3일 후 강아지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고 전화를 걸자 갖은 핑계를 대며 강아지를 데려가지 않았다.

김씨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견주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바쁜 일이 있어서 데리러 가지 못했다. 곧 찾아가겠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다”며 “강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음에도 견주가 (강아지를) 포기하지 않아 입양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사건 이후 김씨는 견주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계약 기간 후 10일이 지나도 반려동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반려동물의 소유권이 애견호텔 측에 이전된다’는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다.

김씨가 입은 피해액은 밀린 호텔비와 사료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2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밀린 호텔비를 받기 위해 현재 견주를 상대로 소액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고양시에서 35년째 애견호텔과 애견훈련소를 운영 중인 임모(60)씨는 유기사례가 하도 많다 보니 이제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강아지 포기각서’도 함께 받는다. 포기각서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한 달간 연락이 안 되면 강아지의 소유권을 애견호텔에 넘긴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는 “1년에 약 50마리의 강아지가 (임씨의 애견호텔에) 유기된다”며 “한 마리당 한 달에 들어가는 케어비용만 해도 40만원이다. 유기된 50마리를 모두 무상으로 돌본다고 하면 그 비용이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려동물 호텔 유기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애견숍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반려동물을 (애견)호텔에 맡기고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법적 처리가 미미해 업체가 강아지를 처리하려 해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사람들이 애견카페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잠적해버린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애견 위탁업체에 반려견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 경우는 유기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동물법 전문 김동훈 변호사는 “현행법상 애견 위탁업체에 동물을 유기하는 것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며 “애초에 계약을 진행할 때 포기 각서를 미리 받거나 계약서에 ‘며칠 이내로 강아지를 데려가지 않으면 강아지 소유권을 애견 위탁업체에 넘긴다’와 같은 조항을 넣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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