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소환하라! 밀레니얼의 추억을 파는 레트로 콘텐츠 열풍

국민일보

과거를 소환하라! 밀레니얼의 추억을 파는 레트로 콘텐츠 열풍

입력 2019-11-09 11:00 수정 2019-11-11 09:52
얼마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며 ‘핫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온라인 탑골공원’. 온라인 탑골공원은 1990~2000년대 방영된 가요 프로그램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으로 재생해주는 유튜브 스트리밍 채널로, 추억에 잠긴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자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리게 됐다. 이 유튜브 채널은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3040 세대는 물론, 어린 시절 오빠·언니들을 따라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던 20대, 그리고 항상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호기심 가득한 10대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탑골공원’의 뜨거운 인기 가운데에는 패션, 식품, 전자제품 등 전 산업에 몰아치는 ‘레트로’ 열풍이 있다. 몇 년 전 ‘아날로그 감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레트로 문화는 ‘청청패션’, ‘나팔바지’, ‘노란색 렌즈 선글라스’ 등 패션 아이템부터 추억 속 ‘진로이즈백’, ‘델몬트 레트로 선물세트’, ‘별뽀빠이’, 등 다양한 소비재로 출시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레트로 문화는 1980~1990년 대에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어린 시절 추억과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흥미를 추구하고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면서 ‘힙(Hip)’하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과거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재탄생한 것.

이렇듯 밀레니얼 세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레트로 문화는, 최근 들어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2030 세대들의 성향에 따라 더 이상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 영역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옮겨가고 있다.

‘가요톱텐’, ‘프렌즈’, ‘BT21 애니메이션’까지… 어린시절 향수 자극하는 레트로 풍 콘텐츠 인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낸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 스트리밍 시작한 이후 두 달 만에 구독자 수 18만 명을 돌파했다. 이렇게 SBS가 과거 인기가요 방송분을 내보내며 화제를 모으자, KBS가 가요톱텐과 뮤직뱅크를, MBC는 음악캠프와 쇼 음악중심의 지난 방송분을 연이어 선보였으며, 영상들은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 만에 육박하는 콘텐츠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산업에서 레트로 열풍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미국 넷플릭스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는 15년 전 처음 방영된 ‘더 오피스’였으며, 1994년 미국 NBC 시트콤 ‘프렌즈’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레트로 풍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ž유통하고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라인프렌즈가 지난 30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BT21 UNIVERSE’의 4화, ‘쿠키(COOKY) 편’이다. 이 영상은 글로벌 밀레니얼 캐릭터 ‘BT21’ 중 ‘COOKY’와 친구들의 성장과 우정을 담은 영상으로, 어린 시절 즐겨보던 TV 만화 영화의 주제가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멜로디와 감성에 젖은 듯한 보컬, 살짝 바랜 듯한 화질, 왠지 모르게 손발이 오글거리는 직설적인 가사와 함께 제작돼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 어린시절 TV 만화영화를 연상케 하는 ‘BT21 UNIVERSE’ 단편 애니메이션 ‘COOKY 편’

특히, ‘BT21 UNIVERSE – 쿠키(COOKY) 편’은 ‘걱정 마 쓰러져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자’, ‘힘이 들 땐 쉬어도 괜찮아 다시 힘껏 달리면 되니까’와 같은 20세기 말의 감성을 담은 가사와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캐릭터들의 모습들을 통해 레트로 느낌을 한껏 반영했다. 이 영상을 접한 팬들은 “1994년에 방영한 MBC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와 1996년까지 나왔던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영상이다”, “어린 시절 델몬트 유리병 오렌즈 쥬스와 쫀드기 불량식품을 먹으면서 보던 TV 만화영상과 똑같다”, “브라운관 티비로 봐야할 것 같은 이 감성은 무엇”, “90년대 감성 노래가 너무 중독적이다”라며 향수에 가득 찬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들끼리 실시간 소통하며 즐기는 레트로 콘텐츠, ‘인터랙션’ 더해져 재미 배가
레트로 콘텐츠의 흥행 비결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상 내용과 제작 기법이 다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추억을 공유하는 온라인 ‘인터랙션’ 문화가 더해진 것이 인기의 ‘킬링 포인트’다.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 실시간 채팅방에서는 스페이스 에이의 멤버 루루는 ‘탑골 제니’, 이정현은 ‘조선의 레이디 가가’, 걸그룹 파파야는 ‘오래된 캬라멜’ 등 과거 스타들에게 별명을 붙여주는 등 온갖 ‘드립’이 난무한다. 수많은 유저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소비하며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며 레트로 콘텐츠에 깊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된 라인프렌즈의 ‘BT21 UNIVERSE’의 4화, ‘COOKY 편’ 콘텐츠 또한 같은 공식을 따른다. 라인프렌즈는 이미 SNS 계정을 통해 새로운 BT21 캐릭터 및 스토리에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속적으로 온라인 상에서의 참여를 유도해 온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라인프렌즈는 ‘BT21 UNIVERSE’의 ‘쿠키(COOKY)편’ 공개에 앞서 공식 SNS를 통해 ‘네이밍(title) 챌린지’를 진행했다. ‘쿠키(COOKY)’편인 4화 삽입곡의 ‘가사’를 보고 노래 제목을 지어 응모하는 이번 챌린지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약 1만 개 의 댓글이 생성되고, 직접 가사 내용을 해석해 공유하는 게시물들이 이어졌다. 특히, 실제 본 챌린지의 참여작 중 하나가 실제 삽입곡의 공식 제목으로 선정돼 더욱 화제가 되었다. 팬들에 의해 정해진 해당 음원의 제목은 이다. 또, 지난달 31일부터는 본 음원을 팬들이 노래나 연주, 패러디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커버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레트로 열풍은 90년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기성 세대와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는 1020세대 모두가 음악과 영상 등의 콘텐츠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 음악·영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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