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위장전입했니?”…초6 학생 거주지 탐문하는 담임교사들

국민일보

“똑똑똑, 위장전입했니?”…초6 학생 거주지 탐문하는 담임교사들

입력 2019-11-11 17:29 수정 2019-11-11 17:41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씨는 지난주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학생들의 집을 방문했다. 내년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주소지만 옮겨놓은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A교사가 B군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찾아간 곳은 B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오피스텔 사무실이었다. B군은 올해 초 이곳에 이름만 올려놓고 다른 구에 있는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B군 아버지는 경위를 묻는 교사에게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고 남들도 다 하는데 왜 우리 아이만 조사하느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고 한다. A교사는 11일 “교사가 수업 외 가욋일처럼 실거주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 강제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캐묻지 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매년 중학교 배정이 이뤄지는 11월이면 6학년 담임교사들이 실거주 조사에 투입되고 조사 결과 위장전입 의심 사례가 발견돼도 별다른 조치 없이 마무리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각 교육지원청이 인기 학군을 노려 주소지만 옮겨놓는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서울의 중학교 입학은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다. 보통 11월 초 제출하는 ‘중학교 입학 배정원서’에 적힌 주소지를 기준으로 학교가 정해진다. 이즈음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업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언제부터 주소지를 옮겨놓아야 하는지 문의하는 글이 쇄도한다. 포털 사이트에 ‘중학교 위장전입’을 검색하면 ‘실거주 여부는 누가 어떻게 조사하나요’ ‘위장전입하고 실제로 산다고 거짓말해도 괜찮나요’ 같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 배정은 민감한 문제이다보니 실거주 조사를 주관하는 교육지원청이나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 모두 곤혹스러운 때가 많다고 토로한다. 학부모들의 항의·민원 등을 의식해 적당히 넘어가는 분위기도 있다.

다른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 편으로 실거주 조사를 실시한다는 알림장을 먼저 보내고 방문 전 학부모와 통화도 한다”며 “부모가 미리 자녀 옷가지와 학용품 등을 갖다 놓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면 굳이 문제 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지원청은 실거주 조사 실시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내면서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처리하라”는 지침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전입이 드러나 실거주 주소지 기준으로 학교를 배정받은 학생의 부모가 교육청에 집요하게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주소지를 탐문하고 다녀야 하는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불만이 크다. A씨는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학생에게 부모의 사망·이혼 관련 서류 등을 가져오라고 할 때면 ‘내가 교사가 맞나’ 싶은 생각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홍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교사들이 실거주 조사 같은 행정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학교 교육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인적 사항과 주소 등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담임교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위장전입으로 판단되는 대표적 사례는 주민등록만 이전돼 있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다. 친척이나 친지 등의 동거인으로 돼 있는 경우, 부모의 사업장에 이름만 얹은 경우 등도 포함된다. 위장전입이 적발되면 실제 거주하는 지역의 중학교를 배정받게 된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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