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내 딸, 사랑해”… 故박단비 대원, 끝내 시신으로

국민일보

“자랑스러운 내 딸, 사랑해”… 故박단비 대원, 끝내 시신으로

입력 2019-11-12 17:05 수정 2019-11-12 17:10
뉴시스

딸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바다로 떨어진 소방헬기. 하필 불어닥친 풍랑주의보. 부모는 어쩌면 딸과 만나지 못할 상황을 마음 속으로 대비했을지 모른다. 부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담담하려 애썼다. 딸의 죽음 앞에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가족을 배려해야했다.

부상자를 구조하던 소방헬기가 독도 해역에 추락한 지 꼬박 13일째인 12일 박단비(29) 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실종자 중 유일한 여성이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은 이날 오전 11시56분쯤 추락한 헬기 동체로부터 남쪽으로 약 3㎞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키 160~162㎝에 소방 기동복 상·하의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길었고, 오른 손목에 팔찌를 차고 있었다. 기동복 상의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어머니 이진숙(51)씨는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취재진을 만나 “항상 엄마같은 딸이었다”며 “우리 딸 소방관 되는 거 엄마가 싫어했지만, 되고 나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자랑했던 거 알고 있지? 우리 딸 가슴에 묻고 있을게. 단비야 사랑해”라며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아버지 박종신(56)씨는 “이제서야 돌이켜보니 우리 딸은 하고 싶어하던 소방대원 일을 언제나 즐겁게 했다”며딸이 자랑스럽게 일하다 갔고 부모 된 입장에서 슬퍼만 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실종자 가족 가슴이 다 타들어가고 있다. 우리 딸이 먼저 왔지만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딸 주변에 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색당국도 고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남은 실종자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원은 지난해 10월 임용된 새내기 구급대원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딸이었다. 엄마는 “단비가 그 집 딸이었어? 어찌나 착하고 예쁜지” 같은 말을 수시로 들었다고 했다. 박 대원은 그 무렵부터 소방관을 꿈꿨다. 엄마는 반대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소방헬기를 타고 싶어했다. 어릴 적 구조대가 백령도에서 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며 응급처치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워왔던 터였다. 박 대원은 임용 후 소방헬기를 타기 위해 틈만 나면 공부했다. 멀미가 심했던 그는 소방헬기에만 들어서면 뭐든 척척해내곤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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