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내내 ‘자백해라’ 겁줘” 또 등장한 화성 8차 ‘장 형사’

국민일보

“45일 내내 ‘자백해라’ 겁줘” 또 등장한 화성 8차 ‘장 형사’

‘화성 여성 변사체 사건’ 17년간 복역한 김씨, 두번째 재심 청구

입력 2019-11-12 18:00
1988년 12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를 찾은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로부터 거짓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21년 전 발생한 ‘화성 여성 변사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김모(59)씨로, 그는 17년간 치른 옥살이의 억울함을 풀어야겠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일 수원지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가 진범으로 검거됐던 ‘화성 여성 변사체 사건’은 1998년 9월 서울 구로구 스웨터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A씨(43)가 화성 동탄면 경부고속도로 부근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일이다.

당시 김씨는 A씨가 다니던 공장의 운영자였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A씨에게 700여만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고, 이에 불만을 가져 말다툼을 벌이던 중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밝혀진 살해 동기는 모두 김씨의 자백에 따른 것이라는 발표도 덧붙였다.

그렇게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이듬해 4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상고했으나 2심과 3심 모두 이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당시 재판과정에서 경찰의 강요가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피해자가 변사체로 발견된 후 약 45일간 경찰의 집요한 신문에 시달리면서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자포자기로 허위 진술했다”며 “경찰은 모든 물증이 확보돼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자수로 처리하면 징역 2~3년만 살면 된다고 회유하고 속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김씨가 신빙성 있는 진술을 했다”며 “이를 보강할 수 있는 나머지 정황 증거에 의하면 김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김씨는 복역 중이던 2013년 3월에도 한 차례 재심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물거품이 됐다. 결국 17년 형기를 모두 채운 김씨는 2015년 출소했다.

그런 김씨가 또 한 번 재심에 도전한 계기는 최근 화성사건을 자백해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56)의 등장이다. 이춘재는 이미 모방 범죄로 결론 나 진범이 잡힌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한 뒤 석방된 윤모씨가 언론에 등장해 억울함을 호소해 ‘진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윤씨는 당시 장 모 형사를 비롯한 수사 당국으로부터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윤씨를 수사했던 장 형사를 특정해 “동일 인물인 그의 강압 수사로 거짓 자백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2013년 재심 청구는 김씨가 법률 전문가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했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사건 피해자의 혈액형이 O형에서 A형으로 바뀌는 등 석연찮고 비과학적인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 집중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장 형사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윤씨에 대한 강압 수사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적 분석 결과에 따라 윤씨를 조사했기 때문에 고문이 필요 없었다는 게 그들 주장이다. 윤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오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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