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쏘고 화염병 던지는 우리는 홍콩 대학생입니다 [사진]

국민일보

활 쏘고 화염병 던지는 우리는 홍콩 대학생입니다 [사진]

전쟁터로 변한 중문대 캠퍼스… 이틀째 경찰과 대치

입력 2019-11-13 17:41 수정 2019-11-13 17:58
홍콩 중문대를 잇는 다리에서 시위자가 화살 끝에 불을 붙여 경찰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전장이 됐다. 경찰은 교내에 진입해 최루탄을 쐈고, 대학생들은 우산 뒤에 숨어 화염병을 던졌다. 장난감 화살 끝에 불을 붙이고, 집에 있는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경찰에 맞서는 학생들도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CNN에 따르면 타이푸구에 위치한 홍콩 중문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홍콩 중문대 시위 현장에 쌓여있는 프라이팬과 식칼.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들고 온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

홍콩 중문대와 고속도로를 잇는 다리 위에 13일 오전(현지시간) 대학생들이 모여있다. AP/연합뉴스

검은 옷을 입은 대학생들은 12일부터 중문대 앞을 막아섰다. 이들은 중문대 캠퍼스와 고속도로를 잇는 다리에 무기가 될 만한 각종 장비를 들고 모여 앉았다. 장난감 활과 화살을 드는가 하면, 가정용 프라이팬과 식칼을 쌓아둔 이들도 있었다. 경찰 최루탄 공격에 대비해 대부분 방독면을 착용했고, 머리를 보호하려 안전모를 쓴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화염병을 제작하는 홍콩 중문대 시위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활과 화살을 든 대학생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홍콩 중문대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대학생들이 경찰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었다. 이들은 빈 맥주병으로 화염병을 제작해 시위대에 배포했다. 장난감 화살 끝에 불을 붙여 경찰을 향해 쏘기도 하고, 벽돌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중문대 운동장 안까지 들어와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경찰이 쏜 최루가스와 학생들이 붙인 불로 캠퍼스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최루가스에 고통을 호소하며 대피에 실패한 학생들은 경찰에 연행됐다.

12일 홍콩 중문대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AFP/연합뉴스

경찰이 12일(현지시간) 홍콩 중문대 시위에서 학생을 검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경찰은 12일 오후 11시30분쯤(현지시간) “평화로운 결론을 찾자는 합의에 도달했다”며 중문대 점거를 멈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교 관계자들이 캠퍼스 진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경찰과 타협한 직후다. 그럼에도 경찰은 “학생들이 벽돌, 화염병을 던지고 화살을 쐈다”며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중문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충돌의 위험은 굉장히 높다. 주변 도로는 모두 폐쇄됐고 캠퍼스의 여러 기물은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번 진압으로 시위 학생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은 “이 같은 무력행사는 부당하며 학업의 자유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캠퍼스 시위로 이미 홍콩 중문대와 홍콩과기대에는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홍콩 중문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13일 오전(현지시간) 운동장 바닥에 누워 잠시 낮잠을 자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학생들은 13일 오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대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아침(현지시간)까지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중문대 안에 머물렀다. 밤새도록 계속된 시위에 지친 학생이 운동장 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는 모습도 포착됐다. 학생들은 낮잠을 자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했고 주변에 우산, 안전모를 둬 공격에 대비했다. 화염병, 활, 화살 등 각종 장비들을 싣고 온 차량이 순차적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구글 어스로 본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와 주변 모습.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중문대 캠퍼스다. 노란색 동그라미는 중문대와 고속도로를 잇는 다리.

중문대 위주로 대학 시위가 이뤄지는 이유는 중문대에 학생 인구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중문대로 향하는 도로는 한정돼 있으며 주변에는 지하철역이 한 곳밖에 없다. 이에 중문대에 재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근처에 거주한다. 중문대 근처가 소도시와 같이 형성돼 있어 학생들과 주변 인구의 활발한 시위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시위에서 20대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직업훈련학교 학생인 21세 차우 모씨는 지난 11일 경찰의 실탄 사격에 복부를 맞았다. 차우씨의 상태는 13일 ‘위중’에서 ‘심각’으로 낮아지며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에는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씨가 시위 도중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거리에서 시작된 시위가 20대 학생들의 잇따른 희생으로 캠퍼스 시위로 확장되는 현상으로 보인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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