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자백, 현장과 부합” 화성 8차 이춘재 진범 잠정 결론

국민일보

“이춘재 자백, 현장과 부합” 화성 8차 이춘재 진범 잠정 결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5일 중간수사 브리핑

입력 2019-11-15 12:43 수정 2019-11-15 13:28

경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56)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가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사건 당시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한다”면서 “특히 양말을 손에 끼고 맨발로 침입했다는 진술은 현장 상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호소한 윤모(52)씨와 자신이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 수사를 벌여왔다. 이번 브리핑을 통해 윤씨의 무죄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수사본부는 “범인만 알 수 있는 박모(당시 13세)양의 신체 특징, 집 구조, 침입경로, 시신위치, 범행장소, 박양의 속옷을 갈아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프로파일러들도 이춘재의 자백에 대해 박양의 기본 정보, 속옷 재착의 등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정보가 아닌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한 감각정보에 의한 진술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씨의 과거 자백에 대해서는 현장상황과 불일치한 내용이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윤씨는 박양의 방에 침입할 당시 문 앞에 있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발로 밟은 뒤 들어갔다고 했지만 책상 위에서 윤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책상 위에 남은 발자국도 윤씨의 것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입고 있던 속옷에 대한 이춘재의 최근 자백과 윤씨의 당시 자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춘재의 자백이 훨씬 구체적이고 실제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는 “윤씨는 당시 박양의 속옷을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자백했지만, 이춘재는 속옷을 다 벗기고 범행 후 새 속옷을 입힌 뒤 기존 속옷은 유기했다고 진술했다”면서 “현장에서 발견된 박양은 속옷이 뒤집혀 있었다. 중학생인 박양이 속옷을 거꾸로 입었을 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춘재가 범행 뒤 속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뒤집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이춘재는 박양 방에 침입할 때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침입하면서 양말을 손에 착용한 뒤 박양의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이 또한 박양의 목에 남은 흔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당시 맨손으로 박양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점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그를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다.

또 과거 경찰이 윤씨에게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윤씨가 폭행, 협박, 가혹행위 등을 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당시 수사관들은 윤씨 상대로 범행을 추궁한 사실은 있지만 윤씨 스스로가 자백했다”며 “윤씨가 지목한 형사 3명 중 얼굴을 기억하는 한 형사는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수사결과와 당시 수사기록 등을 면밀히 재분석해 이춘재와 윤씨의 진술을 보강할 계획”이라며 “방사성동위원소 감정결과의 적정성과 수사 과정상 윤씨에 대한 위법행위 여부, 구속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방범죄라고 보고 이듬해 7월 윤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윤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해 진범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수원=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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