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에 고기 덜어줬다고 “성관계 동의했다”는 재판부

국민일보

접시에 고기 덜어줬다고 “성관계 동의했다”는 재판부

입력 2019-11-17 11:31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208개 여성인권단체)가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강간죄 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처음 만난 남성 접시에 고기를 덜어준 여성의 행동을 ‘성관계 동의’로 해석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전국진)가 강간 혐의를 받는 박모씨에게 12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로톡뉴스가 15일 보도했다. 재판부는 성관계 전후 여성이 남성에게 보인 행동을 바탕으로 성관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봤다.

박씨는 1월 4일 채팅앱을 통해 여성 A씨를 만났다. 이들은 박씨가 친구에게 빌린 차로 드라이브를 하다 다음날 새벽 1시30분경 고양시 한 감자탕 집에 들어갔다. 감자탕과 함께 소주를 마신 박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여성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갔다.

박씨는 이곳에서 성관계를 시도했다. A씨는 여러 번 거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박씨를 밀치며 고개를 저었다. 단호하게 거부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성인 남성이 위에 올라타 두려움을 느껴 저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피해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성관계를 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로 폭행⋅협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강간죄는 피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하고 그 수준이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여야 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감자탕집에서 A씨가 박씨의 접시에 고기를 덜어준 것을 두고 “성관계를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일 수 있다”며 “박씨가 ‘여성도 성관계를 동의했다’고 오해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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