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조 국고보조금 ‘눈먼돈 구조조정’ 필요한데…정부의 고민 4가지

국민일보

86조 국고보조금 ‘눈먼돈 구조조정’ 필요한데…정부의 고민 4가지

입력 2019-11-18 07:00
내년 1618개 사업에 86조1358억원 지출 예정
규모 커지면서 내년에 ‘눈 먼 돈’ 구조조정 계획
기초연금 등 복지확대로 의무지출 증가해 고민
재량지출도 노인 일자리 등 정부 주요 정책과 연관
지방과 민간의 반발도 넘어서야 해 고민 깊어져

정부가 지방 또는 민간의 ‘비용’을 내주는 국고보조금이 내년에 86조원을 돌파한다. 기초연금, 일자리 창출, 도시 재생 등 정부정책 추진을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도 부담을 느낀다. ‘눈먼돈’은 없는지 내년에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다만 복지 확대로 ‘의무지출’해야 할 보조금이 늘고 있는 점은 고민이다. 깎을 수 있는 보조금인 ‘재량지출’도 현 정부 들어 노인 일자리, 최저임금 인상 보완 등 주요 정책과 연관돼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깎이는 지방과 민간의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18일 기획재정부가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고보조금 규모는 86조1358억원에 이른다. 2014년 52조5391억원과 비교해 약 1.6배 증가한다. 내년 국고보조금 사업은 모두 1618개다. 국고보조금은 특정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지방과 민간에 국가가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보조금 내용에 따라 인건비·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경상 보조금’, 토지매입비·시설건축비 등을 지원하는 ‘자본 보조금’으로 나뉜다. 올해 지방자치단체에는 약 60조원, 민간에는 약 18조원이 전달됐다.


정부도 보조금이 늘자 고민이 크다. 사업이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면 ‘구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행적으로 지출된 국고보조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존폐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깎기 힘든 의무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내년 국고보조금 의무지출 중 상위 10개 사업의 규모는 34조9835억원이나 된다. 2014년(18조2945억원) 대비 약 2배 늘었다. 각 사업은 예산을 줄이기 힘든 ‘복지 확대’와 연결돼 있다. 기초연금, 의료급여 경상보조, 생계급여, 주거급여 지원 등이다. 대부분 2014년보다 약 2배 규모가 증가했다.

재량지출을 줄이려고 해도 만만치 않다. 재량지출은 정부가 의지에 따라 예산의 축소·확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내년 국고보조금 재량지출 상위 10개 사업은 현 정부의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의무지출과 다르게 2014년 대비 종류가 많이 달라졌다. 10개 중 8개 사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일자리안정자금지원, 고용창출장려금,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대기개선 추진대책, 청년내일채움공제, 도시재생사업, 전기자동차보급 충전 인프라 구축, 공익형직불제 제도 개편 등이다. 노인·청년 일자리 창출, 도시 재생,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 등은 현 정부 대표 정책이다. 재량지출 비중이 큰 사업의 ‘보조금’을 깎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1618개 중 혈세가 새는 작은 사업들까지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분야에 방대하게 국고보조금이 편성돼 있어 점검 작업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사업은 여러 예산 항목에 들어가 있다”며 “관성적으로 지자체와 민간에 나가는 돈은 없는지 효율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도 걸림돌이다. 국고보조금 구조조정은 지방과 민간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의 감소로 직결된다. 반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깎인다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그래서 어떤 사업을 들여다 보겠다는 구체적인 예시조차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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