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친구가 쓰러졌다!’ 16살 소년들의 놀라운 대처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친구가 쓰러졌다!’ 16살 소년들의 놀라운 대처

입력 2019-11-21 04:30 수정 2019-11-21 14:34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습니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를 발견했을 때, 내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범이 달아나는 뒷모습을 볼 때, 그리고 옆에 선 사람이 갑자기 내 쪽으로 쓰러졌을 때. 하나같이 모두 긴급한 상황이지요. 이런 순간을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강원도 강릉에 있는 관동 중학교 운동장 근처 CCTV에 이만큼 긴급했던 상황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일어난 일입니다. 이 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던 김태윤, 송재혁 군이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농구 경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자신들만의 리그 싸움을 펼치듯 열기는 뜨거워졌습니다. 여느 10대들처럼 불타는 승부욕으로 게임을 이어갔지요. 그런데 그 순간 아찔한 상황이 닥쳤습니다. 함께 있던 A군이 갑자기 뒤로 넘어진 겁니다. A군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습니다.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남은 친구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이들은 신속했습니다. 김 군은 A군을 살핀 뒤 기도를 막고 있는 껌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껌을 빠르게 꺼내기 위해 하임리히 요법을 시도했습니다.

하임리히 요법은 기도나 목구멍이 무언가로 막혔을 때 할 수 있는 응급처치입니다. 환자를 등이 보이도록 세운 뒤, 양팔을 갈비뼈 밑에 두르고 세게 당기는 방법이지요. 이렇게 하면 목에 걸린 내용물을 토해내게 할 수 있습니다. 김 군의 응급처치가 계속되는 동안, 송 군은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119를 부르자”며 주변 친구들에게 할 일을 전달하는 등 상황을 지휘했습니다.

이들의 빠른 대처 덕분에 A군은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김 군과 송 군은 당시를 회상하며 “겁이 났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응급처치 방법을 떠올렸고, 빠르게 적용해 친구를 구해냈다고요.

처음 떠올린 긴급한 상황들을 다시 머릿속에 그려볼까요? 저는 아마 16살의 이 소년들처럼 침착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이 더욱 기특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소식을 들은 강릉교육지원청은 20일 두 학생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된 듯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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