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만류에도, 황교안 죽을 각오로 무기한 단식

국민일보

文 대통령 만류에도, 황교안 죽을 각오로 무기한 단식

강기정 “대통령이 단식은 옳은 방향 아니라 말씀”

입력 2019-11-20 19:28 수정 2019-11-20 20: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뒤 김문수(왼쪽) 전 경기지사, 차명진 전 의원의 도움을 받아 점퍼를 입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포기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 계열 정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선 것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후 16년 만이다. 황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결의를 나타냈지만, 정치권에서는 뜬금없는 단식이라는 반응이 많다. 황 대표가 당의 쇄신이란 숙제를 미뤄둔 채 무턱대고 장외로 나간 모양새라 당내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 민생,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언급한 국가 위기는 구체적으로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는 공수처법·선거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를 두고 “안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종료 철회를 요구했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각각 ‘반대자들을 처단하는 악법’ ‘밥그릇 늘리기 법’이라 규정하며 포기를 촉구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잔다르크TV2 캡쳐) 2019.11.20. 뉴시스


황 대표는 인근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던 전광훈 목사를 찾아가 함께 연단에 올라 “여러분이 존경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만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다음날부터는 장소를 국회로 옮겨서 하기로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현행법상 청와대 앞 집회는 오후 10시30분까지만 허용돼 단식투쟁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은 최근 급속도로 약화된 당내 입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으로 타격을 입은 뒤 야심차게 선언한 보수통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세연 의원의 ‘당 해체’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출구전략을 정부와의 대립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한 모습이다.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한국당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한 다음 날(지난 18일) 황 대표는 느닷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 4당은 한목소리로 황 대표의 단식을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방통행 의사소통에 우려를 표한다”며 “단식을 철회하고 대화와 논의의 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앞뒤도 맞지 않고 타이밍도 뜬금없다”고,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명분도 당위도 없는 단식”이라고 혹평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쇄신안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오죽 답답하면 단식투쟁에 나섰겠느냐”면서도 “김세연 의원이 제기한 당 쇄신과 관련해 중지를 모아 달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우리 당의 더 중요한 일은 당 해체에 준하는 혁신을 하라는 요구에 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수석은 오후 6시쯤 단식투쟁 현장을 찾아 황 대표와 면담했다. 강 수석은 단식을 만류했고, 황 대표는 “일이 잘 합의되면 단식을 끊겠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지소미아 문제는 힘을 모아야 할 일이지, 단식을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공수처, 선거법 문제도 최대한 국회에서 대화해보시고 저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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