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전 먹으려고 음식 잔뜩 주문한 듯…너무 안타까워”

국민일보

“극단적 선택 전 먹으려고 음식 잔뜩 주문한 듯…너무 안타까워”

주변 이웃들과 교류 없어 ‘조용한 이웃’으로만 기억돼

입력 2019-11-21 11:32
20일 오후 이들이 발견된 곳인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 복도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들은 전날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웃주민들은 그들의 어려움은 전혀 모른 채 그저 “조용한 이웃”이었다고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9일 A씨(49·여) 가족 등 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던 아파트 복도에는 그들이 살았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들이 살던 대문 앞 복도에는 ‘폴리스라인’이 붙어있었지만 그 안쪽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우산 여러 개와 여행용 가방, 기타 등 여러 물품이 놓여있어 비극을 더했다.

20일 오후 이들이 발견된 곳인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 복도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들은 전날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이들의 문 앞 복도 다른 쪽에는 택배 상자 4개가 개봉되지 않은 채로 쌓여있었다. 이 상자들 옆에는 치킨 등 주문 음식 찌꺼기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가 놓여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집에서 살고 있었던 네 사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이웃 김모(63)씨는 “지난 주말쯤 배달원이 양손 가득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봤다”며 “A씨 가족 등 4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먹으려고 음식을 잔뜩 주문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김씨는 그들은 ‘조용한 이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 가족은 8~9년 전부터 이곳에 살았다. 2~3년 전부터는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마주치면 말없이 목례만 할 정도로 조용한 이웃이었다”고 말해 이들이 다른 이웃과 왕래가 많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숨진 일가족이 먹고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배달음식 찌꺼기. 연합뉴스

다른 이웃 박모씨는 “A씨 일가족 소식은 뉴스로 알게 됐다”며 “심한 생활고를 겪었다고 (뉴스에서) 들었는데 A씨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A씨 가족은 주거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바리스타 일을 하다가 손 떨림 증상으로 지난해 실직한 뒤 1년 가까이 매월 평균 24만원의 주거급여를 받아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아들(24)도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학생인 딸(20)은 휴학 중이었다. 나머지 1명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19)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생계유지 어려움으로 긴급지원을 신청해 지자체로부터 3개월간 매달 95만원씩을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긴급지원이 끊긴 뒤에는 주거급여 이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웃들은 A씨 가족의 어려움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 가족은 관리비 등을 체납한 적이 없었다”며 “A씨 가족에 대한 개인 사정은 알 길이 없어 더는 설명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A씨 가족 등 4명은 지난 19일 낮 12시39분쯤 이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이들이 각자 쓴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자녀 둘을 데리고 생활하면서 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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