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만지면 가만히 있어” 딸 성추행범 잡으려 딸 미끼로 쓴 아빠

국민일보

“몸 만지면 가만히 있어” 딸 성추행범 잡으려 딸 미끼로 쓴 아빠

입력 2019-11-21 16:36

미국의 한 검사가 어린 딸(13)의 성추행범을 잡기 위해 피해자인 딸을 미끼로 유인했다. 검거에 성공하긴 했으나 아이에게 2차 피해를 줬다는 비판이 일자 휴직 처분을 받았다.

머큐리뉴스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산타클라라 카운티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A씨는 자신의 딸을 성추행한 남성을 체포하기 위해 피해자인 딸을 이용했다.

산호세 경찰은 11일 모하마드 라즈미리라(76)를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했다. 검사인 A씨가 직접 범행 장면을 촬영해 신고했다. 그런데 상황이 어딘가 이상했다. 피해 아동은 A씨의 친딸이었다. 어린 딸이 성범죄 피해를 입는 동안 그는 촬영만 했다.

영상 속에서 모하마드는 아이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이가 피하려고 하자 강압적으로 벤치에 끌어당겨 앉혔다. 아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다. 가해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딸 같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아이는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며 “자리를 피하니 쫓아왔다”고 했다. 영상을 제공한 A씨는 “딸을 뒤따라 가고 있긴 했으나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 영상의 실체가 드러났다. A씨가 딸을 미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그를 유인해 증거물로 사용할 영상을 촬영한 것이었다. A씨는 이달 초 딸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8월에서 9월 사이 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3번이나 당했다”고 털어놨다. 곧장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A씨는 딸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산책로를 혼자 걸어다닐 것을 지시했다. 성추행범을 유인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딸에게 “그가 몸을 만지면 가만히 있고, 가슴이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으면 자리를 피하라”고 말했다.

범인은 검거했으나 아이는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도 거셌다. 검찰은 그에게 휴직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현재 14세 미만 아동의 안전을 위협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산호세 경찰서장 에디 가르시아는 “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이 성범죄 피해자가 됐을 때 얼마나 감정적인 심리 상태가 될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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