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브랜드’의 배신, 유니클로 불매에 실패했습니다” [인터뷰]

국민일보

“‘토종 브랜드’의 배신, 유니클로 불매에 실패했습니다” [인터뷰]

입력 2019-11-22 00:10
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티셔츠. 목덜미 부분 태그를 긁어내니 유니클로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옷 속에 있는 라벨도 잘려져있다.(왼쪽 작은사진) A씨 제공

국내 토종 브랜드로 홍보해온 도매 편집숍 ‘엠플레이그라운드’가 일본 의류 업체 유니클로 옷을 태그만 바꿔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발견하고 해명을 요구한 소비자는 아직까지 본사로부터 어떠한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클린어벤져스’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A씨가 올린 한 편의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일 ‘죄송합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업체의 눈속임 사례를 폭로했다. 영상에는 A씨가 구매한 문제의 티셔츠와 매장 담당자와 나눈 통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일보는 21일 A씨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봤다.

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티셔츠 태그. A씨 제공

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티셔츠 태그와 잘린 라벨. A씨 제공

- 티셔츠를 구매한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집에서 간단하게 입을 티셔츠가 필요해서 갔다. 예전에는 유니클로를 자주 이용했었는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나도 불매 운동에 동참하던 중이었다. 엠플레이그라운드가 평소 애국 마케팅을 자주 했다. 몇 번 사보니 옷도 싸고 괜찮더라. 그래서 유니클로 대신 엠플레이그라운드를 저번주에 방문했다.

- 유니클로 태그를 어떻게 발견하게 됐나.
알레르기가 있어서 옷을 사면 태그를 떼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옷을 입기 전에 목 뒷부분에 닿는 태그부터 뗐다. 그런데 하얀색 유니클로 마크가 붙어있었다. 이후 살펴보니 (보통 옷 속에 세탁 표시와 함께 붙어있는) 라벨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 자른 듯했다. 보자마자 매우 기분이 안 좋았다.

- 엠플레이그라운드에 어떤 식으로 항의했나.
항의하려고 본사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 본사 개념인 1호점에 다시 연락했더니 그쪽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본사 담당자 연락처를 줬는데 그분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구입처인 고양점에 전화했더니 또 ‘본사에다 연락을 해보겠다’더라. 내가 할 테니 연락처를 달라고 했는데 끝내 주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연락드릴게요’하고 끊었다.

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문제의 티셔츠를 구매한 뒤 받은 영수증. A씨 제공

한참 후 A씨가 받은 전화는 본사가 아닌 고양점 직원으로부터 걸려왔다. A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해당 매장 직원은 “몰랐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몇 개월 전 고객님들께 저렴하게 판매할 긴팔이나 후드티 등을 찾아서 해외 공장으로부터 물건을 받았다”며 “배송받은 물건을 받았는데 유니클로 물건인 줄 모르고 판매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이해가 안 가실 수 있겠지만, 저희 업체가 생긴 지도 얼마 안 됐고 체계가 잡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저희도 모르고 그랬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 업체 측 해명과 사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이 안 된다. 몇 개월 전 들여온 옷이라고 하는데,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한두 달 된 게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고 정확한 개월 수를 말해주지도 않았다. 얼렁뚱땅 ‘몇 달 전에 들여왔다’고 하니…. 또 몰랐다면서 왜 태그를 다 뗐는지 궁금하다. 다른 옷들을 보면 타 업체 태그는 그대로 붙어있다. 오직 유니클로 것만 뗀 것이다. 그것만 봐도 충분히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 본사와 연락은 닿았나.
(매장 직원이) ‘본사 쪽에 연락해서 고객님께 다시 전화드리도록 하겠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는데, 결국 오지 않았다. 옷을 구매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영상을 올린 지 이틀이 지났지만 어떠한 사과나 해명을 듣지 못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국민일보는 21일 본사에 납품 과정에 어떤 문제 있었는지 문의하려 했으나 엠플레이그라운드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안내 음성만 반복됐다.

엠플레이그라운드는 국내에 불어닥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바람을 타고 ‘대체 브랜드’로 조명되기도 했다. 심지어 제74주년이었던 지난 8월 광복절에는 ‘광복절을 맞아 쏜다, 15일 단 하루 반팔티 1900원’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엠플레이그라운드 공식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은 해명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글로 도배돼있다. 일부 고객들은 ‘이곳이 유니클로 옷 저렴하게 판다는 곳 맞냐’ ‘유니클로 옷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 등 이번 사태를 비꼬는 글을 게시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같은날 오후 뒤늦게 공식 홈페이지에 해명성 글을 게시했다. 이들은 “지난달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에 저희도 모르게 다른 라벨이 덧붙여진 상태로 납품된 것”이라며 “전체적인 검수가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점을 후회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엠플라이그라운드가 의류 택갈이에 관여했거나 유니클로와 관련있다고 하는 의심과 오해는 풀어주시길 바란다”며 “노재팬 시기에 그 반사이익을 얻은 국내기업이 굳이 눈속임을 하며 굳이 제 무덤을 팔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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