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 마” 유족 간청에도 총선판에 테러 끌고 온 英존슨

국민일보

“정치화 마” 유족 간청에도 총선판에 테러 끌고 온 英존슨

선거 앞두고 노동당에 책임 전가…보수당은 책임서 자유로울까?

입력 2019-12-02 17:07 수정 2019-12-02 17:13
연설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브리지 테러 희생자의 죽음을 총선 쟁점으로 악용하지 말아 달라는 유족들의 간청을 무시하고 과거 노동당 정부에 테러 책임을 돌리며 대(對) 노동당 정치 공세를 본격화했다.

영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런던브리지 칼부림 테러의 실체를 교묘히 비트는 혐오스런 방식으로 희생자의 죽음을 총선 쟁점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 용의자인 우스만 칸(28)은 과거 테러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형기의 절반을 채운 지난해 12월 가석방됐다. 가석방 제도가 논란이 되자 존슨 총리는 즉각 “‘좌파 정부’가 도입한 법 탓에 테러가 발생했다”며 노동당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 2008년 교도소 과밀 현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장기 징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가석방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칸은 당초 최소 징역 8년 이상의 부정기형(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복역 기간만 설정하고 형의 만료 시한을 확정치 않는 형벌)을 선고받았지만, 보수당 정부는 지난 2012년 부정기형 제도를 폐기했고 칸은 같은 해 항소심에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고 꼬집었다. 보수당 역시 테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테러 희생자 잭 메릿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들의 죽음이 불필요하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구실로 악용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간청했지만, 존슨 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강경 대책을 쏟아냈다. BBC방송에 출연해 테러 혐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가석방된 74명이 대중에 위협을 미치지 않을지 검토하겠다며 공포를 조장했고, M15(영국 국내정보 전담 정보기관)가 지금보다 철저히 테러리스트를 감시할 수 있도록 인권 관련 법을 손보겠다고 했다.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 것이다.

테러로 복역한 후 가석방된 이들에 대한 보수당의 새로운 정책 제안들이 이튿날 주요 언론들의 1면에 실리자 메릿의 아버지는 재차 트윗글을 통해 분개했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악용하지 말고, 아들과 동료들의 사진을 불쾌한 정치적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마라”며 “아들은 증오, 분열, 무지 등 당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에 저항했다”고 비판했다.

야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테러를 총선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 상당히 불쾌하다”고 비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진정한 사회 안보는 강력한 법과 정보기관 활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공공 서비스와 공공 기관에 대한 충부한 예산에서 나온다”고 반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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