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군함 홍콩 입항 불허 ‘보복조치’…홍콩인권법 충돌

국민일보

中, 美 군함 홍콩 입항 불허 ‘보복조치’…홍콩인권법 충돌

미국은 첨단기술 ‘홍콩 경유 中 유입’ 집중 감시…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영향 우려

입력 2019-12-02 18:03
홍콩 시민들이 2일 도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발효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을 둘러싸고 미·중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홍콩 인권법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해온 중국은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을 불허하는 보복 조치를 내놨다. 미국은 홍콩 인권법을 근거로 통제 대상 기술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합의’를 위해 막바지 협의가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도 홍콩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당분간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불허하기로 했고, 홍콩 시위와 관련해 입장을 냈던 일부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홍콩 인권법안이 통과되자 “강력한 조치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이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항공모함 등의 홍콩 입항 불허 기간에 대해선 “미국의 실제 행동을 보라”고 답했다. 중국은 지난 8월에도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홍콩인권법 제정을 강행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위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모든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화 대변인은 또 일부 NGO가 여러 방식으로 홍콩 시위대의 폭력과 분열 활동을 부추기는 등 홍콩의 혼란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마땅히 제재를 받아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 NGO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해 프리덤하우스, 미국국가민주기금회, 미국국제사무민주협회, 미국국제공화연구소 등이다. 화 대변인은 제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NGO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등이 예상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 대변인은 또 “미국은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인권 수호자가 아니라 인권 침해자”라며 “인권을 구실로 긴 팔을 뻗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년이 된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가 인도 조약을 남용해 중국 국민의 합법 권리를 엄중히 침해했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미국은 홍콩인권법을 근거로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인권법에는 미국 상무 부처가 군용·민간용으로 모두 쓰일 수 있는 통제 대상 기술이 불법으로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지 감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시 범위에는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및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대규모 감시프로그램 관련 품목 등이 포함됐다. 홍콩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홍콩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누리는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학 교수는 “국가들은 자국 기술이 잘못된 편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수출통제를 한다”며 “대중 감시 장비 등 관련 품목은 미국이 매우 우려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술은 인권 관련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이런 기술을 축적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 시위에 이어 홍콩 인권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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