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신고 보복하려고’…증언하러 법원 가던 피해자에 불 질러

국민일보

‘성폭행 신고 보복하려고’…증언하러 법원 가던 피해자에 불 질러

입력 2019-12-06 15:57
지난 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인도 뉴델리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 사건을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성폭행 피해자가 증언차 법원에 가던 중 가해자들의 공격을 받아 온몸에 불이 붙는 사건이 인도에서 발생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성폭행 당했던 사건을 증언하기 위해 법원에 가던 길이었으나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이 포함된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아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가디언, CNN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20대 여성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운나오에서 5명의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인도 남부에서 20대 여성 수의사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잔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도의 성범죄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여성은 자신이 성폭행 당한 사건을 증언하기 위해 법원에 가던 길이었다. 이 여성은 교제하던 남성에게 육체적 학대를 당했고, 지난해에는 해당 남성과 그 친구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여성은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 2명 중 1명만 구속됐다. 그러나 구속됐던 남성은 보석으로 풀려났고, 구속되지 않았던 다른 남성은 도주하던 중에 이번 범행에 가담했다.

이 두 사람을 포함해 총 5명이 여성을 함께 공격했다. 이들은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은 뒤 불까지 질렀다. 이 범행으로 여성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뉴델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들이 보복하려고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의 여성 시위자들이 '강간 당하지 말라'(Don't get raped) '강간을 당장 멈추라. 안돼는 안돼다'(Stop rape now. No means no)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남부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시 인근에서 20대 여성 수의사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뒤 불에 태워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북부 비하르주에서도 10대 소녀가 비슷한 사건으로 희생됐다.

잔혹한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인도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의와 법질서가 사라졌다”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이 반복되는 현실이 창피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범인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시위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한 여성 시위자가 지난주 인도 뉴델리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 사건을 규탄하며 '내일은 너무 늦다. 오늘 여성을 위해 일어서라'(Tomorrow is too late. Stand up for women today)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여대생이 집단으로 성폭행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 관련 형량이 강화됐다. 하지만 2017년에만 3만3658건의 강간 사건이 신고될 정도로 관련 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독 인도에서 성범죄가 만연하고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경우를 찾기 어려운 잔혹한 범행 수법이 나타나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 인식’ 등을 꼽는다. 실제로 인도의 영화감독인 대니얼 슈라반은 “성폭행은 심각하지 않지만, 살인은 용납할 수 없다”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폭력이 없는 성폭행은 합법화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