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짠돌이 가계부’… 크리에이터 ‘강과장’ 인터뷰 [알만사]

국민일보

30대 직장인의 ‘짠돌이 가계부’… 크리에이터 ‘강과장’ 인터뷰 [알만사]

입력 2019-12-07 13:58
돈을 모으기 위한 절약은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고민 중 하나다. 유튜브에도 최소한의 생활공간이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브이로그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의 현실적인 ‘짠돌이 가계부’ 영상으로 화제된 ‘강과장’ 채널을 운영하는 강상규(34)씨를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강과장’ 채널을 운영하는 강상규(34)씨를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김지애 기자

◇‘35살 먹고 4평 원룸에서 사는’ 짠돌이 가계부에 보내는 공감
강씨는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터다. 지난해 9월 ‘강과장’ 채널을 시작한 계기는 자기계발의 일환이었다.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서 한 달 정도 일을 쉰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몸도 많이 아픈 시기여서 매일 배달음식만 시켜 먹으면서 집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제가 많이 망가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균형 있는 생활도 되찾고,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밥 벌어먹을 고민도 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과장’ 채널이 반응을 얻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짠돌이 가계부’ 컨셉의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처음에는 휴대폰 카메라로 일상을 찍고 편집한 영상들을 주제나 통일성 없이 올렸다. 지난 1월 ‘일주일에 5만원으로 생활하기’처럼 ‘절식 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영상 5~6개를 올린 뒤 채널 방향을 정했다. 도시락을 손수 싸고 회사에서 상추를 키워 먹는 그의 모습에 “궁상맞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응원하는 댓글도 많았다.

올해 초 올린 ‘내가 35살 처먹고 4평 원룸에서 사는 이유’ 영상이 유튜브 추천으로 소위 ‘터지면서’ 채널도 크게 성장했다. “회사가 논현동에서 광화문으로 옮기면서 마침 저도 이사를 해야 했어요. 그때 15평에서 4평짜리 원룸으로 옮기면서 평소 소비와 생활패턴도 간소하게 줄이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영상으로 담았어요. 보통 나이 먹고 돈 모으면 집을 큰 곳으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런 상식을 건드리는 내용과 자극적인 제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아요.”

강씨도 예상 못 했던 일이지만 영상을 올리고 1~2주가 지나자 “내 지인도 추천 영상에 떠서 봤다”며 회사 사람들도 알 만큼 반응이 왔다. 지금 2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영상으로 5천명 정도였던 ‘강과장’ 채널의 구독자도 7만명까지 늘었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과는 다르게, 막상 클릭해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간소하게 찍은 영상과 강씨의 덤덤한 어조로 강씨의 일상이 그려진다. 강씨가 지난 10년 동안 3~4번 이사했던 경험, 10년 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일들을 정리하는 소회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유튜브 '강과장'의 영상 목록 캡처.

◇누군가는 크게 고민하지만 남들에게 말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들
강과장 채널은 크게 2번의 폭발적인 성장을 겪었다. 한 번은 ‘내가 4평 원룸으로 이사한 이유’ 영상이고, 또 한 번은 ‘총몇명’ 채널의 대표 캐릭터를 그리는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높았을 때다. 현재 구독자 217만명의 ‘총몇명’ 채널은 뮤직비디오, 영화 등 잘 알려진 영상 콘텐츠를 엉성하지만 개성 있는 고유의 손그림으로 따라 그린 애니메이션 영상을 주로 올린다.

‘4평 원룸’ 영상 이후 구독자가 7만명쯤 됐을 때 구독자가 더 이상 크게 늘지 않는 정체기가 왔다. 그 무렵 ‘총몇명’ 채널에서 캐릭터 그리기 챌린지가 진행됐고, 강씨는 직업이기도 한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살려 캐릭터를 그리기로 했다. “기존의 콘텐츠들과는 결이 달랐지만, 평소 좋아하던 채널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으로도 제작했어요. ‘총몇명’이라는 채널이 워낙 유명해서 연관 검색으로 많이 뜬 것 같은데, ‘내가 밥 벌어 먹고 사는 수단이 이렇게 콘텐츠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이 영상이 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강과장’ 구독자도 10만을 넘길 수 있었다. 강씨는 “유튜브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강씨는 ‘강과장’ 채널의 차별성을 “모든 것을 다 드러내는 솔직함”으로 꼽았다. “탈모가 있다는 것, 부동산 투자에 실패했던 것, 정신과에 다니고 우울증 치료약을 먹는 것 등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드러내는 편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30대들이 어딘가에서 겪고 있을 일이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데서 사람들이 호기심과 친근함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들 중에 저보다 어린 20대도 많은 편인데, ‘미래에 내가 겪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거나 접해보지 못한 삶을 신선하게 보는 것 같아요.”

최근 ‘강과장’ 채널의 콘텐츠는 ‘짠돌이 가계부’ 외에도 그의 전반적인 일상을 담으며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컨셉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부터 ‘짠돌이’ 컨셉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촘촘하게 기획하고 만든 게 아니라, 우연히 올린 영상에 반응이 좋아서 몇 달 정도 한 거거든요. 요즘은 불안장애 등 마음속으로 내밀하게 고민하는 부분을 좀 더 보여주고 있어요. 누군가는 크게 고민하지만 딱히 남한테 얘기하기는 부분들을 제가 대신 얘기하면 구독자들이 관련 정보를 댓글로 달아주고,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공감과 소통 기능이 커지는 것 같아요.”

‘강과장’ 채널을 운영하는 강상규(34)씨를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김지애 기자

◇30대 직장인의 민낯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줄 채널로 고민
현재 구독자 14만명 정도를 보유한 ‘강과장’ 채널은 얼마 전 MCN회사인 샌드박스에도 소속됐다. MCN에서 채널을 관리해주는 매니저는 강씨의 콘텐츠를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조언해준다. 강씨는 1주일 동안 틈틈이 휴대폰 카메라로 일상을 찍어놨다가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를 위주로 편집한다. 대신에 일상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많이 메모해두고 편집할 때 콘티에 활용한다. 강씨가 보여준 휴대폰 메모 어플 속에는 10개가 넘는 폴더에 수많은 메모가 정리돼 있었다.

요즘 가장 크게 하는 고민은 채널의 확장성이다. “제가 화려한 일상이나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어떤 재미를 끌어낼지 고민입니다.” 앞으로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방향도 하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부를 늘려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 제 고민에 솔직하게 공감해주는 구독자들과 ‘유튜브 모임, 독서 모임’처럼 지속성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데 어렵네요.”

차분하고 꾸준한 어조의 콘텐츠이지만, 사실은 도시에서 치열하게 발버둥 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다. 그런데도 강씨는 정작 ‘구독자분들이 많은 걱정을 안 하고 사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도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편인데, 제 콘텐츠가 많은 분들이 걱정을 덜어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 만약 제가 하는 고민과 비슷한 걸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된 게 아니니까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알만사(알고리즘으로 만난 사람들)’=유튜브를 이용하다 보면 때때로 내가 구독한 적도, 관심 가져본 적도 없는 주제의 영상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추천 영상 목록에 뜨고는 합니다. 필터버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유튜브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을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의외의 발견을 가능하게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크게 성장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에 다양성을 더하는 채널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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