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담임이 패딩을 압수했어요… 학칙이래요”

국민일보

[사연뉴스] “담임이 패딩을 압수했어요… 학칙이래요”

입력 2019-12-07 14:57

교육부는 지난 8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두발·복장 검사나 소지품 검사를 언급한 내용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 했습니다. 용모·소지품 검사 등이 의무가 아닌데도 법령에 기재돼 있어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죠.

물론 학교가 이번 개정안을 이유로 소지품 검사나 두발 제한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여건에 따라 학칙 제·개정 절차를 거쳐 생활 지도 방식을 정하면 됩니다. ‘의무’로 진행됐던 복장 등 검사를 학교 자체 규율에 따라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겨울 매서운 바람이 부니, 학내 패딩 착용을 둔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패딩 같은 겉옷 안에 교복 외투를 반드시 입어야한다고 제재하는 가하면 “교복이 보여야한다”며 아예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쌀쌀한 계절이 찾아오면 아직도 벌어지는 연례행사 같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한 중학생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패딩을 빼앗겼다”는 내용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학생의 어머니가 쓴 글이었죠.

“연일 한파로 추워지는데 교복 재킷을 안 입고 패딩을 입었다고 담임 선생님이 패딩을 압수해갔습니다. 학교 일과가 끝나도 돌려주지 않았답니다. 딸 아이가 입고 있던 패딩은 친구의 것이었습니다. 딸은 등교 후 자신의 패딩은 벗어뒀고 학교 내부를 왔다 갔다 하는데 친구가 ‘추워보인다’며 잠시 빌려준 것이었죠”

“딸은 2번이나 담임 선생님에게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네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냐’ ‘네 패딩을 친구에게 주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딸 아이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자신의 패딩을 줬고, 학원 마치고 밤 10시30분에 덜덜 떨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학교에 항의 전화 했더니 ‘교무실로 오지 않고 복도에서 패딩을 달라고 하길래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은 학칙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고요. 참 분통이 터집니다”

교복과 외투 사이 전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한 중학교 학생회 페이스북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늘 교복 재킷없이 사복 외투를 착용해 벌점 조치를 받은 학생의 수가 50명이 넘었습니다. 우리 학교 규정집에는 동복 재킷 없이 겉옷 재킷을 입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의 결정에 따라 본 규정은 무시되며 학생들은 사복 외투를 입기 위해선 교복 재킷을 착용해야 합니다”

해당 학교의 경우 ‘날씨가 추울 경우 동복 재킷을 입지 않고 외투를 착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교복 재킷을 입지 않았다며 하루동안 50명에게 벌점을 줬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규정이 애매하다” “지금은 혹서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학교가 대다수입니다. 지난 해 11월 충남 지역 64개교 학생 15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외투에 대한 학교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 패딩 같은 외투를 걸치려면 반드시 그 안에 교복 재킷을 입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외투 색이나 가격 등을 규제하거나 아예 입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입법 예고한 개정안에 앞서 이미 2016년에 ‘겉옷규제 시정 촉구 민원 관련 학교규칙 개선 요청’을 각 학교에 보낸 바 있습니다. 외투 착용을 규제하는 학교 규칙에 대해 학생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내용이 재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는 내용이었죠.

당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옷은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 기본으로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추울 때 외투를 못 입게 하는 것이 인내심을 가르치려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외투 규제는 잘못된 교육적 기준입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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