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도 모자라 ‘신체방화’ 당한 여성이 남긴 말

국민일보

성폭행도 모자라 ‘신체방화’ 당한 여성이 남긴 말

입력 2019-12-07 18:10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인도를 강간 국가로 만들지 말라""범인을 사형시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를 신고한 뒤 가해자들에게 ‘신체 방화’를 당한 인도 여성이 끝내 숨을 거뒀다. 이 여성은 숨지기 전 가족들에게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내게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이 사형을 선고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났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언론들은 7일 성폭행 피해 증언을 하러 법원에 가던 중 가해자들로부터 보복 ‘신체 방화’ 공격을 당한 여성이 전날 오후 11시40분쯤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여성은 사망 전날인 5일 성폭행 피해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법원에 가던 중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운나오에서 5명의 남성으로부터 보복 공격을 당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납치 후 2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가해자 2명 중 1명만 구속됐다. 하지만 구속된 남성은 보석으로 풀려났고, 구속되지 않았던 다른 남성은 도주하던 중에 이번 범행에 가담했다.

가해자를 포함한 총 5명은 피해 여성을 흉기로 찌른 뒤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은 뒤 불을 질렀다. 여성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뉴델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피해 여성의 가족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며 “가해자들이 2∼3년만 재판받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라고 사법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인도에서 잔혹한 성범죄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7일에는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시 인근에서 20대 여성 수의사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뒤 불태워졌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북부 비하르주에서도 10대 소녀가 비슷한 사건으로 희생됐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여자 대학생이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해 성범죄 형량이 강화됐지만 2017년에만 3만3658건의 강간 사건이 신고될 정도로 여전히 여성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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