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엔대사 “시간벌기 속임수”…美대선 거론하며 엄포 수위 높여

국민일보

北유엔대사 “시간벌기 속임수”…美대선 거론하며 엄포 수위 높여

입력 2019-12-08 03:59 수정 2019-12-08 11:38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미국과 긴 대화 필요 없어”
북한 규탄성명 발표한 유럽 6개국 향해선 “미국의 애완견”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비핵화 이슈는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AP뉴시스

이번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7일 전화통화 이후 공개됐다. 김 대사의 주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미국에 경고했던 수위에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북·미 뉴욕채널의 북한 측 대표인 김성 대사까지 대미 공격에 가세한 셈이다.

특히 김 대사는 이날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미국 내 정치 어젠다를 고려한 ‘시간 벌기 속임수(time-saving trick)’”라고 비판했다. 김 대사가 언급한 미국 내 정치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2020년 미 대선으로 해석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우리(북한)는 지금 미국과의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또 유럽 6개국이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심각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 유럽 6개국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애완견 역할을 하기 위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폴란드·에스토니아 등 유럽 6개국 유엔대사는 북한 규탄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김 대사의 주장대로 북한이 비핵화 이슈를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핵화 이슈는 북·미 대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해제와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를 얻어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엄포성 주장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시간 벌기 속임수’라며 내년 미국 대선까지 끄집어 내면서 미국을 압박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동안 유예했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하면서 북한이 미국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던 것을 외교 치적처럼 자랑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사이에 오가는 말이 거칠어지고 있는 것은 위험스러운 징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2년 만에 ‘로켓맨’이라고 다시 부르면서 군사력 사용을 시사하자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다. 북한 외교의 실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늙다리의 망령’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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