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질주 70m, 인생골 10m… 손흥민 12초 원맨쇼

국민일보

폭풍 질주 70m, 인생골 10m… 손흥민 12초 원맨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서 번리 선수 6명 따돌린 ‘원더골’

입력 2019-12-08 12:20 수정 2019-12-08 13:18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번리를 불러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손흥민은 약 70m를 드리블로 돌파한 뒤 오른발 슛으로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AP뉴시스

전반 30분.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페널티박스 안으로 높게 날아온 공이 방향을 바꿔 손흥민(27·토트넘) 앞에 떨어졌다. 손흥민은 본진 페널티박스 바로 앞까지 깊숙하게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있었다. 이제 토트넘의 역습이 시작됐다. 손흥민은 질주를 시작했다.

손흥민보다 앞에 있던 번리 수비수는 4명. 뒤에서 2명이 더 따라붙었다. 손흥민이 하프라인에 도달했을 때 그를 반경 5m 안에서 에워싼 번리 선수는 모두 6명이었다. 손흥민은 공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드리블을 계속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질주였다.

번리 페널티박스로 들어섰을 때 손흥민보다 앞선 필드 플레이어는 없었다. 오직 번리 골키퍼 닉 포프(27)만이 손흥민을 마주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골문 앞까지 약 10m를 남긴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손흥민의 12초짜리 원맨쇼. 질주 거리만 70m에 달했다. 골을 완성한 슛의 거리를 포함해 80m에서 펼쳐진 손흥민의 독무대였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사에 기록될 ‘인생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번리를 불러 가진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올 시즌 득점은 10개로 늘었다. 그중 절반인 5골을 리그에서 수확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2년차였던 2016-2017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 어시스트는 모두 9개, 리그에서 7개로 균형 있게 증가하고 있다.

득점에서 기록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과정이었다. 토트넘의 전반 32분 세 번째 골로 기록된 손흥민의 득점 과정은 1980년대 디에고 마라도나(59), 2000년 전후 호나우두(43·이상 은퇴), 2010년대 리오넬 메시(32·FC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하는 드리블로 완성됐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56)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내 아들이 손흥민을 호나우두에 비유해 ‘손나우두’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 나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수석코치 시절) 보비 롭슨 감독 옆에서 호나우두의 기막힌 골을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달 20일부터 공격진의 수비 가담을 늘린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활동 범위에 제한되지 않고 어디서든 공격할 수 있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토트넘은 5대 0으로 대승하고 올 시즌 6번째 승리(5무 5패·승점 23)를 쟁취했다. 토트넘의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26)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에서 1만5876명의 참여로 이뤄진 최우수선수 격의 ‘킹 오브 더 매치’ 투표에서 손흥민은 54.0%의 지지를 얻어 케인(27.4%)을 두 배 가까이 따돌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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