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재즈 보컬 나윤선 “언제나 나는 길 위에 있어, 길 위의 삶에 만족”

국민일보

세계적 재즈 보컬 나윤선 “언제나 나는 길 위에 있어, 길 위의 삶에 만족”

입력 2019-12-08 14:16


재즈란 무엇인가. 그 대답을 이런 시로 갈음해보자. 시인 유하의 ‘재즈처럼 나비처럼’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예정된 멜로디의 행로 바깥에서 한참을 놀다”가 “무덤도 잡을 수 없는 저 나비의 발길”로 흘러가고 싶다고. 만약 재즈의 본령이 있다면 저런 “나비의 발길”과 비슷하지 않을까.

재즈 보컬 나윤선(50)의 삶이나 음악 역시 그러하다. 그는 재즈처럼 예정된 인생행로의 바깥에서 놀다가 불세출의 예술가로 성장했다. 한국의 뮤지션이지만 국내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1년에 250일 이상을 외국에서 보낸다. 나윤선은 “언젠가부터 ‘길 위의 삶’을 살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항상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게 나의 삶”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몇 나라나 다녔는지 세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저는 항상 길 위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공연을 하기 위해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곤 해요. 이동 중에는 뭘 하냐고요? 자거나 음악을 들어요. 음악은 대중없이 듣는 편이에요. 팝 록 힙합…. 다 좋아해요(웃음).”



최근 그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엔플러그 사무실이었다. 인터뷰는 오랜만에 그가 국내에서 벌이는 전국 투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 나윤선은 오는 12일부터 전국 11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연다. 지난 4월 발표한 10집 음반 ‘이머전(Immersion)’ 수록곡을 고국의 팬들에게 처음 들려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신보를 내고 7개월 넘게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열었었다. 나윤선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올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나윤선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가 세계 문화 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받았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등급인 오피시에와 슈발리에(Chewalier) 3개로 나뉜다. 나윤선은 2009년 이미 슈발리에를 받은 바 있다. 오피시에와 슈발리에를 모두 거머쥔 한국 뮤지션은 나윤선이 처음이다. 한국 예술가 중에선 그동안 배우 윤정희(2011), 영화감독 봉준호(2016), 화가 김창열(2017)이 오피시에를 수훈했다. 나윤선은 “프랑스가 문화 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나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봤다는 뜻 아니겠냐”면서 “큰 격려와 응원이 돼준 훈장”이라고 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나윤선이 회사를 그만두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의 기회를 거머쥔 것은 1994년이었다. 그는 재즈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스물일곱 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차곡차곡 명성을 쌓았다. 언젠가부터 해외 매체들은 한목소리로 나윤선을 향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나윤선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기적이다”(독일 슈피겔) “오늘날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재즈 싱어는 한국인이며 그 이름은 나윤선이다”(프랑스 레 제코) “작지만 노래만큼은 거인이다”(영국 가디언)….

지구촌 곳곳을 들썩이게 만드는 뮤지션이지만 그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어떤 질문을 하건 열없이 웃는 표정을 짓곤 했다. 나윤선은 “인터뷰는 그나마 괜찮은데, 많은 대중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면 울렁증을 느끼곤 한다”고 털어놨다. “무대에서도 말은 잘 못 하겠어요. 하지만 노래를 할 때는 눈을 감으니까, 조명 탓에 객석이 보이지 않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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