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청년 위한 족집게 주거지원 정책 절실”

국민일보

“캥거루족 청년 위한 족집게 주거지원 정책 절실”

전북대 이상록 교수 논문 발표…“독립한 동년배보다 자존감 낮고 스트레스 높아”

입력 2019-12-08 14:57 수정 2019-12-08 17:06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나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낯선 타인보다 오히려 멀다고 느꼈다. “엄마! 아빠!” 그녀는 입속으로 불러보았다. 회한이 가슴을 쳤다. ‘엄마 아빠’라는 이름이야말로 사람으로서 당신들을 이해하는 길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 아빠!’라는 말속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만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 박범신 소설 ‘소금’의 한 대목(2013년 한겨레출판).

부모 품을 떠나지 않은 일명 ‘캥커루족’ 청년들의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스트레스는 매우 높아 이들을 위한 족집게 주거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이상록(54·사회복지연구소장) 교수는 경성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지난달 30일 출간한 ‘사회과학연구’ 학술지에 ‘성인이행기 거주행태가 청년들의 심리정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 자료 등을 활용한 논문에서 청년주거지원 정책의 혁신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국내 청년문제는 현재 청년실업과 같은 노동시장에 집중돼 있다”며 청년층의 분가지연과 부모동거 현상 등 캥캐루족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거주형태에 따른 청년층 심리정서 차이를 분석 검증(One-way ANOVA기법)한 결과 캥캐루족의 경우 부모 품을 벗어난 동년배에 비해 자존감은 낮고 스트레스는 더 높았다고 밝혔다. 우울감은 부모품을 벗어난 청년층에 비해 무려 2.5배나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30대 미취업, 지방거주 청년층에서 부모동거 거주형태의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립 분가했거나 의존형 분가라도 부모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생활하는 청년들은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 교수는 캥커루족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고 청년주거지원 정책도 시대상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공급 못지 않게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기 쉬운 캥커루족을 위한 주거지원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캥거루족 현상은 단순히 ‘자녀-부모 부양관계의 새로운 가족형태’로만 조명·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졸업과 경제적 독립, 취업, 결혼, 출산 등을 겪는 청년층이 경제위기 이후 불안정한 생애주기로 굳어져 맞춤형 청년 주거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캥커루족에 관한 조사결과 현재 국내 20~34세 청년의 부모동거 비율은 무려 45.7%에 달했다. 30세를 넘긴 캥거루족 청년층(30~44세) 역시 2000년 19만8700명에서 2010년 56만5200명으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교수는 당장 주거지원 정책전환이 어렵다면 최소한 고위험 집단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 등에 빨대를 꽂고 ‘꿀물’만 빨아먹는다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성인기 이행의 지체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정부 주택공급이 부모로부터 분가한 청년가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캥거루족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주거지원 정책과 사회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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