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000만원짜리 바나나… 행위예술가의 입속으로

국민일보

1억4000만원짜리 바나나… 행위예술가의 입속으로

입력 2019-12-08 17:06 수정 2019-12-08 17:40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데이비드 다투나가 먹어 없앴다. 연합뉴스=EPA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하나가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행위예술가가 “배가 고프다”며 예술작품을 먹어치워 버렸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뉴욕에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는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관람객들 앞에서 먹어 없앴다.

’코미디언’은 평범한 바나나를 마트에서 사온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작품이다.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해외 갤러리 ‘페로탕’에 전시 중이었으며 지난주 3개의 연작 중 2개가 프랑스인 2명에게 각각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렸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는 7일(현지시간) "배가 고프다"며 관중 앞에서 '코미디언'에 사용된 바나나를 먹었다. 연합뉴스=EPA

‘페로탕’ 소속 디렉터인 루치엔 테라스는 현지 매체에 “바나나는 발상에 불과하다”며 “다투나가 작품을 파괴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언젠가 바나나가 썩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며 실제로 구매자들도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를 받는다는 것이다. ‘페로탕’ 측은 다투나가 바나나를 먹은 지 몇 분 만에 작품이 걸려있던 벽에 새 바나나를 붙여놓았다.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작가가 풍자와 해학을 담은 도발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 카텔란이기 때문이다. 카텔란의 대표작 ‘아메리카(America)’는 18K 금으로 만든 황금 변기다. 지나친 부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담긴 이 작품은 지난 9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에 전시됐다가 도난당한 상태다.

‘코미디언’ 전시를 주관한 에마뉘엘 페로탕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며 “작가인 카텔란은 평범한 물건들을 유머와 비판의 상징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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