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후…딸은 매일 코피를 흘렸다”

국민일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딸은 매일 코피를 흘렸다”

입력 2019-12-10 16:01 수정 2019-12-10 16:02

“매일 밤 복통이 없는데도 설사를 했다. 제 아이는 끊임없이 코피를 흘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인 일본인 가토 유토는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태어난 그는 2011년 3월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교토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한다.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났고, 방사능 관련 정보를 공부하면서 더는 후쿠시마에 머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를 상대로 한 간사이와 규슈 겐카이 원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딸의 코피가 멈추지 않았다”

가토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고 기점인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북서방향으로 60㎞ 정도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사고 현장 기준 20㎞ 이내 지역 주민들에게만 대피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는 곧장 거주지를 옮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토가 사는 곳은 사고 후 전기, 수도 등이 모두 끊긴 상태였다. 그는 식수를 얻기 위해 주민들 틈에 섞여 매일 밖에서 긴 줄을 섰다. 이후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복통이 없는데도 매일 밤 설사를 했다. 가토는 “정신적 불안감 때문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가토는 일단 정보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원전사고, 방사선 피폭 증상 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설사도 피폭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토는 “정보를 찾을수록 피폭에 의한 문턱값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더 떨어진 곳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가토는 후쿠시마에서 500㎞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딸에게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딸이 매일 코피를 흘렸다고 한다. 그는 “옆집에 살던 한 중학생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난민이었는데 매일 코피를 흘렸다. 많은 아이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약 5개월이 지난 뒤에는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토는 “팔 안쪽과 허벅지 안쪽 등에 멍이 생겼고, 반년쯤 뒤에는 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전에 충치 치료를 했던 이의 주변이 계속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년 후 만난 다른 피난민들도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가토의 다른 가족은 여전히 후쿠시마에 머물고 있다. 가토는 “가족들 모두 후쿠시마를 떠나본 적이 없어서 저보다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원전사고 직후 파견된 방사선 전문가가 ‘연간 100만μ㏜(마이크로시버트)/h 이내는 안전하다’는 식의 주장을 해 더욱 피난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2015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가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보고서에는 (사고 후) 암뿐만 아니라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병도 급증했다고 나와있다. 그래서 아버지의 병도 방사능 관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전사고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는…”

가토는 피난 후 지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며 아이린 미오코 스미스가 작성한 ‘미나마타병과 후쿠시마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와 문제 기업의 10가지 수법’을 언급했다. 그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수직적 조직 이용’ ‘피해자와 여론을 교란하고 찬반양론으로 이동하게 한다’ 등 아이린이 제시한 10가지 목록 가운데 세 번째에 주목했다. ‘피해자끼리 대립시킨다’는 내용인데, 자신이 이 부분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가토는 “제 지인 중에 피난을 가고 싶었지만, 아픈 부모님 때문에 포기했던 친구가 있다”면서 “그 친구는 제가 피난을 가자 저를 시기, 질투했었다”고 말했다. 또 “피난 간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나 질투는 정부가 아닌 그 주변인에게 향하는 경향이 있다”며 후쿠시마에 계속 거주했던 친구는 결국 지난해 여름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토는 “소송을 통해 일본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라며 “(사고 피해자에게) 주택 제공, 정기 무료 검진, 피난민에게 직업 제공 등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양 오염을 제대로 측정하고, 그것을 매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개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피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말했다.

“후쿠시마산 식자재, 방사능 수치 ‘0’ 아니다”

가토는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저는 초기 피폭을 당한 사람이다. 더는 그 어떤 작은 피폭도 있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오염된 식자재를 먹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검사 결과 방사선 수치가 0인 것은 아니다. 하한치라고 하는데, 결국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방사선이 포함돼 있고 그걸 계속 먹으면 몸에 축적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히로시마 피폭 피해자들은 내부 피폭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런 정보가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먹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저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올림픽을 기점으로 후쿠시마가 완전히 복귀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을 고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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