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고추 먹이고, 밀치고…딸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징역 4년

국민일보

풋고추 먹이고, 밀치고…딸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징역 4년

입력 2019-12-10 17:36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다는 이유로 출산한 딸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부(김연우 부장판사)는 10일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A씨(24)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딸을 폭행·학대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로 기소된 남편 B씨(28)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 3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앞서 이들의 1심을 심리했던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김정태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와 검찰만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2016년 첫째 딸을 출산한 뒤 이듬해 2월 둘째 딸을 낳았고, 같은 해 12월 다시 셋째를 임신했다. 그는 둘째 딸도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출산한 데다, 또다시 아이를 갖게 되자 첫째보다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둘째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3~7월 둘째 딸이 안아달라고 다가오거나 칭얼댈 때마다 강하게 뿌리쳐 수시로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둘째 딸은 가구 모서리나 방바닥에 부딪혔다.

또, 둘째 딸이 4월부터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 몸무게가 9㎏에서 6.9㎏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둘째 딸은 결국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 실조증’에 걸렸다. 심지어 7월부터는 둘째 딸에게 여러 차례 풋고추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급기야 그해 7월 25일 오후 12시쯤 A씨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딸을 침대 아래로 밀어뜨렸다. 딸은 머리를 다쳐 자꾸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A씨는 고성을 지르며 책상 옆에 기대게 해 놓고 빨래와 청소를 했다.

A씨는 6시간이 지난 후 딸이 방바닥에 쓰러져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남편에게 연락했고, 남편이 도착한 뒤에도 아동학대 사실이 들통날까 봐 30분 가까이 병원에 가는 것을 지체했다. 그 과정에서 의식을 잃은 둘째 딸에게 숟가락으로 물을 떠먹이는 시늉까지 했다.

A씨는 7시간40분이 지나 경북 구미의 자택을 나섰고, 오후 10시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둘째 딸은 결국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숨졌다.

1심은 “A씨 죄책의 무거움을 지적하고 엄중히 꾸짖어야 필요가 있어 실형을 선고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최하한 형량(징역 4년)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해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친어머니로서 건전한 삶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친어머니에게 지속적인 외면과 학대를 당하면서 짧은 생애에 받은 신체·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죄질이 매우 무겁고 반인륜 범행으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B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남은 두 자녀의 정상적인 양육에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여 형의 집행을 미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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