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워서” “시댁 안가서”… 살해된 여성 887명

국민일보

“잠 깨워서” “시댁 안가서”… 살해된 여성 887명

한국여성의전화, 10년간 언론보도 분석 결과

입력 2019-12-11 17:47 수정 2019-12-11 18:34
그림 김희서

최근 10년간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목숨을 잃을 뻔한 여성이 16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에 노출된 사건만을 집계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여성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09~2018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 수는 887명, 살인미수 피해 여성은 727명으로 살해 위험에 놓였던 여성만 1614명이었다.

여성의 자녀나 부모 등 주변인 중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사람은 167명, 살인미수 등의 피해자는 219명이었다. 남성 파트너 폭력으로 10년간 2000명, 한해 200명의 피해자가 나온 것이다.

피해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가 27%, 50대가 10%, 30대 16%, 20대 13% 순으로 많았다. 특히 40대는 배우자 관계는 물론 데이트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 피해에도 가장 많이 노출됐다. 데이트 폭력으로 살해된 여성 228명 중 72명(31.5%)이 40대였다.

데이트 폭력이 주로 20~30대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40~50대 중장년층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가해자들은 “헤어지자고 해서” “밥달라는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잠을 깨워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 조재연 인권문화국장은 전날 열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포럼에서 이같은 피해집계 결과를 설명하면서 “여성 살해의 문제에 대해 그 사회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문제로 분명히 인식하고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는 성평등을 가늠해보는 최소한의 바로미터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주체, 분노의 원인과 책임의 귀결, 분노의 맥락과 방향 곳곳에 점철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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