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씨 옥살이한 ‘화성 8차 사건’, 국과수 증거 조작됐다“

국민일보

“윤모씨 옥살이한 ‘화성 8차 사건’, 국과수 증거 조작됐다“

입력 2019-12-12 10:34 수정 2019-12-12 16:56
이춘재. 뉴시스(SBS 제공)

검찰이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감정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대 과학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강력한 근거로 내세워 온 사법체계 근간까지도 뒤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화성 8차 사건 재심과 관련, 직접 조사에 나선 수원지검 형사6부(진준철 부장검사)는 과거 경찰과 국과수의 수사 및 감정 과정에서 조작이 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화성 8차 사건은 현재 ‘진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이 사건은, 당시 윤모(52)씨가 범인으로 검거되며 종결됐다. 윤씨는 20년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최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된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윤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윤씨 역시 과거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는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 의 도움을 받아 수원지법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8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나온 체모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핵심 증거로 내세워 윤씨를 검거했었다. 국과수가 체모를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체모를 분석했고, 그 결과 윤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다산은 그러나 윤씨가 경찰에 연행되기 전·후 시점에서의 범인 체모 분석 결과를 볼 때 감정서 조작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했다. 분석 결과가 시기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산이 공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체모 내 여러 성분의 분석 수치가 이들 시점 사이 크게는 16배 넘게 차이가 난다.

다산은 의견서를 통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의 감정 결과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두 체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국과수는) 윤씨가 연행되기 전 16가지의 성분을 추출해 분석했는데, 유죄의 증거가 된 감정 결과표에는 4개의 성분이 빠져 있다”면서 “40% 편차 내에서 일치하는 성분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부 검사 결과를 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연행되기 전이든 후든 똑같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 체모로 감정을 했다면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어떤 체모가 어떤 감정에 사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조작)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화성 8차 사건 재심 의견 검토를 위해 과거 경찰 수사기록과 다산 측 의견서를 살펴보던 중 국과수 감정 과정에 조작이 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의 인물 체모가 감정에 사용됐다는 의혹, 성분 분석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조작 의혹 등에 대한 내용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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