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다’ 출산 9시간 만에 숨진 산모… 의료사고 진실공방

국민일보

‘피 흘리다’ 출산 9시간 만에 숨진 산모… 의료사고 진실공방

입력 2019-12-12 17:15 수정 2019-12-17 16:12
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 속초 한 산부인과에서 30대 산모가 출산 9시간 만에 숨졌다. 사망 원인이 의료 과실인지, 건강상 문제인지를 두고 유족과 의료진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편히 눈 감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지난 10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누나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진실을 밝혀야 된다”며 지난 5일 벌어진 사고를 적었다.

이날 오전 2시30분경 산모 A씨(36)와 남편 B씨(41)가 속초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15분 뒤 분만실로 옮겨졌고 7분 뒤인 2시52분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2㎏ 미만의 저체중이었다. 남편은 의료진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아이를 강릉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의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출산을 했지만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출혈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4시간이 지난 뒤인 오전 6시45분쯤 의료진은 산모도 아이가 있는 강릉의 종합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A씨는 한 시간 뒤인 7시48분 종합병원에 도착했으나 오전 11시30분경 숨졌다. 분만한 지 9시간 만이다.

종합병원 의무기록에는 ‘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출혈 지점을 찾지 못했고, 복구(봉합)가 완전히 시행되지 못했다’고 쓰여있다. 최종 사망 원인은 ‘분만 후 출혈’이라고 했다.

유족은 의료사고를 의심하고 있다. 숨진 산모의 동생은 “아이 출산 후 가족에게 산모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고 지체했다”며 “매형이 (강릉 병원에 아이를 이송하고) 다시 (산모가 있는 속초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도 상태를 말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장은 4시간이 지나고 나서 ‘(산모도)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된다’고 말했다”며 “매형이 누나가 누워있던 침대를 확인해보니 이미 피범벅이었다. 원장은 ‘별 일 없을 거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에 따르면 유족은 A씨가 사망한 후 산부인과로 찾아갔다. ‘출혈이 심한데 왜 바로 이송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느냐’고 물었더니 원장은 “그정도 출혈은 우리가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산모가 숨졌느냐’고 묻자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산부인과 측은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내놨다. 분만 중 양수가 모체혈중으로 들어가 급성쇼크, 출혈, 핍뇨 등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산부인과 측은 호소문을 통해 “자궁경부와 질부 손상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처했고 신생아를 안전하게 후송조치했으며 출혈 양상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즉시 대형병원으로 후송했다”며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치료과정 중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 병원 주치의의 ‘지체했다’는 말에 유족은 우리 병원 과실로 책임을 묻고 있다. 상급병원에서 어떤 처치 후 산모가 고인이 됐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책임전가식 말 한마디로 우리 병원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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