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맡아주세요” 말에 박항서 감독이 한 ‘솔직한 대답’

국민일보

“한국 축구 맡아주세요” 말에 박항서 감독이 한 ‘솔직한 대답’

입력 2019-12-13 13:40
연합뉴스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자 자리에 앉힌 박항서 감독이 SEA 게임 우승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털어놨다.

앞서 박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동남아시아(SEA) 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우승했다. 1959년 월남 우승 이후 60년 만에 베트남이 거머쥔 금메달이다.

박 감독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격려, 응원을 해주셔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결과를 달성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올림픽과 월드컵 진출에 대한 기대를 묻는 말에는 “챔피언이니까 왕좌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에 스즈키컵이 있고 2년 뒤에는 또 SEA 게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동남아) 정상에 올랐다고 1~2년 안에 탈(脫)동남아를 할 만큼 세계의 벽은 낮지 않다”며 “올림픽과 월드컵에 나가려면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우승 이후 선수들이 박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11일자 베트남 현지 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다. 연합뉴스

이날 박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도해달라’는 일부 축구팬들의 요구에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한국에는 저보다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많이 있어 그 자리를 욕심내지도 탐하지도 않고 생각이 없다”며 “제 조국에서 제 축구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번리전에서 70m를 질주한 뒤 ‘원더골’을 터뜨린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평가도 했다. 박 감독은 “축구 선수로서 쉽지 않은 골인데 최상의 리그에서 그렇게 해 선배로서 정말 자랑스럽다”며 “손흥민이 기술적, 체력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자료로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또 “손흥민은 개인의 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라며 “베트남에서 손흥민 얘기를 하면 저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7일 베트남축구협회와 3년 임기로 재계약했다. 연봉은 비공개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96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1억4600만원 정도다.

그는 “처음에 올 때는 한국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도전하는 입장에서 왔고, 외국인 감독 평균 수명이 8개월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1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며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고 좋은 코치, 스태프, 훌륭한 선수들을 만나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가 베트남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 재계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U-23)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이어진다. 박 감독은 “AFC 대회에서는 4강에 들면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져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한다. 월드컵 예선도 말레이시아 원정으로 치러지는데, 거기서 이기면 (최종예선까지 가는) 7~8부 능선은 넘는다”며 “오는 14일 떠나는 통영 전지훈련에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 선수들에게 환경을 바꿔주고 회복도 빨리 시켜주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각오를 밝히며 한국 팬들의 응원에 거듭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인 지도자로서 항상 책임감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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